“25% 투표 사실상 승리” 주장…서울지역 의원들은 분통
한나라당 지도부는 24일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25.7%의 투표율로 무산되자 “비록 투표함은 못 열었어도 이 정도면 이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민투표 패배의 충격파를 최소화하고 오세훈 서울시장의 즉시 사퇴를 막아 10월 보궐선거를 피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홍준표 대표는 투표 마감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번 (지방선거에서) 오 시장의 득표율(25.4%)에 비춰보면 이번 주민투표의 득표율은 굉장히 의미있는 수치”라며 “투표율과 최근 시장 안(부분적 무상급식)에 대한 여론조사치를 종합해 보면 이 주민투표는 사실상 오 시장이 승리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홍 대표는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 시장이 주장한 단계적 무상급식에 찬성하는 여론이 50.7~75.9%로 야당의 전면 무상급식 주장의 2~4배에 달했다. 이것이 민심”이라고 주장했다. 김기현 대변인 등 주요 당직자들도 “민주당의 방해로 투표율이 미달된 것이지, 민주당이 이긴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 소속 의원들은 25.7%라는 투표율에 대체로 “예상보다는 높다”고 평가하면서도 “우리가 이겼다고 하는 것은 과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오히려 투표 패배라는 당혹감과 내년 총선까지 여파가 미칠 것을 우려하며 위기감에 싸였다. 서울의 한 초선 의원은 “여론조사에서 오 시장 안이 높았다는 걸로 어떻게 승리를 주장하느냐”며 “민심은 결국 투표로 평가받는 것이고, 25%대의 투표율이라 해도 투표에서 졌으면 진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당 지도부가 “무분별한 복지 포퓰리즘을 계속 배격할 것”이라고 밝힌 것을 두고도, “결국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원하지 않더라도 ‘복지 확대’를 내걸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이런 고민은 오 시장에 대한 분노로 이어졌다. 서울 지역의 한 의원은 “서울시민 누구도 관심이 없고 중요하지도 않다고 생각하는 문제를 수백억원을 걸고 선거를 치르고 시장직을 걸었으니 정말 심각한 문제”라며 “정치적 입지를 위해 시민을 볼모로 잡은 오 시장은 사퇴 발표를 하지 않았어도 당연히 사퇴를 해야 한다”고 오 시장을 거세게 비판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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