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재보궐선거의 최대 접전지 가운데 한 곳인 경남 김해시 장유면에 차린 김태호 국회의원 당선자(한나라당)와 이봉수 후보(국민참여당)의 선거사무소 앞 거리를 28일 오후 시민들이 무심히 지나가고 있다.
김해/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4·27 재보선 민심]
민심 못읽은 이봉수에 텃밭 장유면도 등돌려
“지역 위해 살겠다 호소 김태호에 마음 끌렸다”
민심 못읽은 이봉수에 텃밭 장유면도 등돌려
“지역 위해 살겠다 호소 김태호에 마음 끌렸다”
르포/김해을의 이변
4·27 경남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선 투표율이 35% 이상이면 이봉수 국민참여당 후보, 그 이하이면 김태호 한나라당 후보에게 유리할 거라는 예측이 대세였다. 하지만 막상 투표함을 열어보니 41.6%라는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는데도 결과는 반대였다.
장유면 민심이 판을 갈랐다. 장유면은 김해을 유권자의 40%가량을 차지하고, 주민 62%가 30·40대다. 이들 대부분은 창원에 직장을 둔 외지인들이다. 이 때문에 장유면은 이 후보의 표밭으로, 김 후보에게는 취약지역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 후보 선거사무실은 27일 밤 10시께 장유면 투표함이 열리면서 되레 경악에 빠져들었다. 기대했던 장유면에서 49.0%(1만6951표)를 얻는 데 그쳐, 51.0%(1만7631표)를 기록한 김 후보에게 밀린 것이다.
“이봉수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라는 건 알았는데, 야권 단일화가 김해 발전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는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더군요. 후보도 그렇고,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도 그렇고.” 선거 다음날인 28일 김해시 장유면 한 마트에서 쇼핑하던 주부 진아무개(41)씨는 “김해 발전을 위해 김태호 한나라당 후보를 찍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창원시에 직장을 둔 많은 장유면 유권자 가운데 한 명인 이아무개(36)씨는 “내가 원하는 국회의원은 교육이나 보육 같은 고민거리를 해결해줄 사람이지 ‘노무현 대통령의 계승자’나 ‘한나라당을 심판할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창원에 직장을 둔 또다른 이아무개(39)씨는 “김태호 후보도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지켜봤기 때문에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김해를 위해 열심히 일할 기회를 달라는 말에 마음이 움직였다”고 했다. 결국 김해에 살면서 창원의 직장에 다니는 젊은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 게 이 후보의 주된 패인으로 꼽힌다.
어렵사리 야권 단일화를 일궜지만, 참여당의 ‘벼랑끝 전술’에 대한 민주당 지지층의 서운함 때문인지 단일화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민주당의 탄탄한 조직력이 후보 단일화 이후 가동을 멈췄다는 게 현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김해시의 한 공무원은 “김해시장이 민주당 소속이라 은근히 걱정하기도 했는데, 지금껏 치러본 선거 가운데 이번처럼 편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 두 차례 총선에서 내리 민주당 후보를 찍었다는 주부 조아무개(45·김해시 내외동)씨는 “선거권을 가진 이후 처음으로 투표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민주당까지 아우르는 야권 단일후보이기는 했지만 그에게서 아무런 호감을 느낄 수 없었다. 반대로 김태호 후보에게는 어느 정도 호감을 느꼈지만 한나라당 소속이라 찍을 수 없었다”는 게 조씨의 고백이다.
반면 김 후보는 겉으로는 ‘나홀로 선거’를 펼쳤지만, 한나라당 조직은 지역 밑바닥을 샅샅이 훑으며 김 후보의 ‘인물 우위론’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켰다. 김해/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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