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내외가 참석한 국가조찬기도회가 지난 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헌법적 가치 종교 다원성 훼손 비판일어
공개집회 참석·방송 중계 등 자제해야
공개집회 참석·방송 중계 등 자제해야
이명박 대통령이 ‘무릎 기도’를 올린 것을 계기로, 대통령의 국가조찬기도회 참석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 제기되고 있다. 정교분리가 원칙인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의 종교 편향성이 부각되면서 ‘종교적 평화’에 금이 간다는 것이다.
6일 정치권에선 여야를 불문하고 불만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정태근 한나라당 의원은 “국민들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예정에 없던 일이 벌어진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김부겸 민주당 의원도 “우리 사회가 가진 종교적 다원성과 풍요로움이 훼손될 수 있다”며 우려했다. 한나라당 한 중진 의원은 “일국의 대통령을 무릎 꿇리는 건 예사롭지 않다”며 “개신교계가 지나치게 오만해졌다”고 말했다. 앞서 이 대통령 부부는 지난 3일 아침 조찬기도회에 참석해 무릎을 꿇은 채 ‘합심 기도’를 올렸고, 불교계 등은 “국격을 훼손시켰다”고 비판했다.
조찬기도회가 걸어온 역사를 보면, 정치와 종교의 ‘거래’ 의혹이 짙다. 강인철 한신대 교수의 <한국 개신교와 반공주의>를 보면, 1966년 미국의 국가조찬기도회를 모방한 ‘대통령 조찬기도회’(1976년 국가조찬기도회로 변경)가 시발이고, 이는 아시아 최초다. 당시 김준곤 목사는 “하나님이 군사혁명을 성공시켰다”고 말했다. 유신체제 출범 뒤 처음 열린 1973년 조찬기도회는 텔레비전으로 실황 중계됐고, 김 목사는 “10월 유신은 하나님의 축복을 받아 기어이 성공해야 한다”고 했다.
이와 별도로 일부 개신교 지도자들은 1980년 8월 전두환 국보위 상임위원장과 함께 ‘나라를 위한 조찬기도회’를 열었고, <한국방송>, <문화방송>은 이를 생중계했다. 미국의 국가조찬기도회는 개신교 외에 다른 교단과 종교에도 개방돼 있지만, 우리는 사정이 다르다.
인명진 목사(갈릴리교회)는 “기도회가 정치집회와 비슷해진 상황에서 이런 형식이 맞는지 재고해야 한다”며 “대통령의 개인적 종교생활을 존중하고 보장하는 차원에서 공개적 종교집회에서 부르지도 말고, 참석하지도 않는 모습이 좋을 듯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정교분리의 헌법적 가치가 위협받고 있다는 문제제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은 ‘장로 대통령’으로서 소망교회 인맥을 정부 고위직에 앉혀 ‘고소영 인사’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최재천 전 민주당 의원은 “종교가 교세 확장을 위해 정치를 활용하고 정치는 종교를 통해 세력을 넓혀왔다”며 “종교와 정치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공개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다만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개신교 내부에서도 그 일에 대해 문제제기가 있지 않느냐”는 말로, 대통령을 무릎 꿇게 한 개신교 쪽에 우회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청와대는 이번 일을 계기로 특정 종교 편향적이라는 이 대통령의 이미지가 한번 더 환기되는 것을 불편해하고 있다. 이런 일 겪었으니 개신교도 앞으로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조심하지 않겠느냐는 게 청와대 쪽의 기대다.
안창현 황준범 기자 blu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묘한 기름값은 네탓”…계속되는 ‘폭탄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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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씨가 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43회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무릎을 꿇은 채 기도하고 있다. 3500여명이 참석한 이날 기도회에서 이 대통령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인 길자연 목사가 “다 같이 무릎을 꿇고 1분 동안 통성기도를 하자”고 제의하자 다른 참석자들과 함께 ‘합심기도’를 했다. 이날 기도회에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국회 조찬기도회장인 황우여 한나라당 의원 등도 참석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안창현 황준범 기자 blu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묘한 기름값은 네탓”…계속되는 ‘폭탄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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