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위서 다수의견
“선언적 의미밖에 없어”
“선언적 의미밖에 없어”
민주노동당이 당 강령에 명시된 ‘사회주의 원칙’을 삭제할 것으로 보인다. 2000년 창당 이후 11년 만이다. 이념적 대안정당을 넘어 진보적 수권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한 당 현대화 프로젝트의 일환이라고 당 관계자들은 전했다.
민노당 강령개정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규엽 새세상연구소장은 22일 “당이 처한 국내정치적 상황이나 세계사적 변화의 흐름을 감안해 현재로선 ‘선언적 의미’밖에 갖지 못하는 사회주의 원칙을 삭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인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22일 밤 서울 대방동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의원단 연석회의에서도 삭제 의견이 8 대 2 정도로 우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노당의 현행 강령엔 “사회주의적 이상과 원칙을 계승 발전시켜 새로운 해방 공동체를 구현할 것”이란 문구가 들어 있다. 강령개정위는 이를 “자본주의 폐해를 극복하고 민중이 참된 주인이 되는 민중주체(또는 진보적) 민주주의를 실현할 것”이란 표현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회주의’란 표현이 당원들 눈높이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진보대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좀더 광범위한 세력을 포괄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민노당은 4·5월 광역시도당 토론회를 거쳐 개정안을 완성한 뒤 6월 정책당대회에서 대의원들의 추인을 받을 계획이다. 당 관계자는 “기층 당원들 사이에선 사회주의 원칙의 포기를 심각한 후퇴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여전한 게 사실”이라며 “강령 개정을 둘러싼 상하의 온도차를 극복하는 것도 만만찮은 과제”라고 말했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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