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철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왼쪽)가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우윤근 법제사법위원장에게 선서문을 전달한 뒤 악수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여·야 의원들 “김앤장서 맡은 사건 공개하라”
박 후보 “직접 수임한 건 없어…후배들 도와”
박 후보 “직접 수임한 건 없어…후배들 도와”
헌재 재판관 후보 청문회
27일 국회에서 열린 박한철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전관예우 논란이 핵심 쟁점이 됐다. 박 후보자가 검사장 퇴직 직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취업해 4개월간 2억4500만원을 받은 돈이 ‘전관예우’ 성격 아니냐는 공방이었다.
청문위원들은 박 후보자가 김앤장에서 맡았던 사건 수임내역 공개를 요구했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헌법재판소법 24조는 ‘재판관이 사건에 관하여 당사자의 대리인이 되거나 되었던 경우’ 제척, 기피 사유로 규정한다”며 “김앤장이 대리하는 헌법재판 사건이 있을 수 있으므로 박 후보자가 수임내역을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선 한나라당 의원도 “헌재 관련 사건과 관련해서는 목록을 낼 수 있다고 본다”고 거들었다.
박 후보자는 “김앤장에서 직접 변호사 선임계를 내고 수임한 사건은 없고 후배 변호사들의 변론 준비를 도운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 후보자는 “전관예우로 비판받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질문에 “조금 유감스러운 점은 있지만 일반 국민에게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는 부분은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자세를 낮췄다.
박 후보자는 지난해 7월 동부지검장에서 퇴직하고 두 달 만인 지난해 9월부터 올 1월까지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2억4500만원을 받고 1억원 상당의 승용차를 지급받아 사용했다. 증인으로 채택됐던 김영무 김앤장 대표 변호사는 해외 체류를 이유로 이날 출석하지 않았다.
박준희 헌법재판소 공보관은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박 후보자가 직접 대리한 사건이 없다면 법률적으로는 제척 기피 사유가 아닐 것”이라면서도 “도덕적 문제가 있는지 여부는 사건 접수 시점 등을 여러모로 검토한 뒤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태평양에 잠시 몸담았던 이강국 헌재 소장은 태평양이 헌재 사건을 대리하게 되자 직접 대리했던 사건이 아닌데도 도덕적 이유로 재판부에서 빠지는 것을 검토했다. 이후 다른 법무법인으로 대리인이 바뀌어 실제로 회피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박 후보자는 2008년 3월~2009년 1월 대검 공안부장 시절 촛불시위 대처도 정당했다고 밝혔다. 이춘석 민주당 의원이 “촛불시위에서 폭력을 행사한 경찰은 한명도 형사처벌받지 않았는데 기본권을 제대로 지킬 수 있느냐”고 캐묻자 박 후보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정당하게 처리했다. (촛불집회) 현장에서 기본권과 기본권의 충돌을 보며 무엇이 나라를 위해 바람직한지 고민했다”고 답했다. 박 후보자는 일몰 뒤 집회를 금지한 과거 집시법이 위헌 결정을 받은 것에 대해서도 “‘일몰 후, 일몰 전’ 개념이 불확정적이라 그런 결정이 나왔다”고만 언급했다.
박 후보자는 사형제에 대해서는 “사형제가 논란의 중심에 있어 쉽게 결론 못 내는 것 아닌가”라고 즉답을 피했다. 박준선 의원과 김무성 원내대표는 “검사장으로서는 (견해를 밝히는 게) 조심스러울 수 있지만 재판관으로서는 본인의 의견을 피력하는 게 옳다”고 지적했다. 국가보안법에 대해서는 “존치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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