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재원기획단 비판…손대표 겨냥
손학규 쪽 “정동영 최고 너무 앞서가”
정세균 ‘5+1 복지’ 카드 내걸고 견제
손학규 쪽 “정동영 최고 너무 앞서가”
정세균 ‘5+1 복지’ 카드 내걸고 견제
복지논쟁의 주도권 장악을 노리는 민주당 최고위원들의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정동영 최고위원이 노령연금 확대와 부유세 신설 등 급진적 정책을 잇달아 제시하고 나서자 손학규 대표와 정세균 최고위원의 견제가 만만찮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25일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최근 당이 꾸린 ‘복지재원 조달방안 기획단’이 증세에 반대하는 관료 출신들로 편파적으로 구성됐다”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용섭 단장을 비롯해 강봉균·김진표·장병완·조영택·최인기·홍재형 의원 등 경제관료 출신들이 기획단에 대거 포진한 것을 겨냥한 발언이다. 이들은 당 정책위가 내놓은 무상복지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재원조달 방안이 불투명하다며 제동을 걸었던 당내 보수그룹의 핵심 인사들이다. 정 최고위원은 이런 기획단의 구성에 추후 당내에서 전개될 복지재원 논의에서 증세론을 원천배제하겠다는 손학규 대표의 의지가 반영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품고 있다.
손 대표 역시 당내 복지논쟁의 주도권을 정동영 최고위원이 선취하는 것처럼 비치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는 기색이 역력하다. 손 대표의 측근들은 “정 최고위원이 복지 이슈 선점을 위해 안팎의 사정은 고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앞서 나간다”는 불만을 공공연히 표출해왔다. 손 대표가 정동영 최고위원이 희망해온 ‘보편적 복지를 위한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정동영·정세균 최고위원이 함께 맡는 게 어떻겠느냐는 의사를 양쪽에 타진한 것도 이런 속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당내 복지논쟁과 일정한 거리를 둬온 정세균 최고위원도 최근 들어 부쩍 복지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세균 최고위원은 민주당의 ‘3+1’(무상급식, 무상의료, 무상보육+반값 등록금) 무상복지에 주거복지와 일자리 대책을 포함한 ‘5+1 복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25일 라디오 인터뷰에선 “증세와 부유세 신설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하면서, 전통적인 ‘가족·기업복지’에 국가복지를 결합한 ‘공동체 복지’가 자신의 오랜 복지철학임을 강조했다.
복지정책을 둘러싼 민주당의 주도권 경쟁이 자칫 민감한 정체성 논쟁으로 번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문제를 두고 벌어진 선명성 경쟁과도 비슷한 양상이다. 한 핵심 당직자는 “정권교체를 위해 필요한 복지정책의 내용에 당내 논쟁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며 “논쟁의 참여 폭을 당 외부의 학계와 시민사회로 확대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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