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결과.
한겨레 여론조사
월소득 400만원이상 81%도 “부유세 찬성”
월소득 400만원이상 81%도 “부유세 찬성”
정치권에선 여야를 불문하고 증세에 대한 거부감이 적지 않다. 한나라당은 ‘감세를 통한 경제성장’ 노선을 걷고 있고, 노무현 정부 시절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하면서 보수진영으로부터 ‘세금폭탄’이란 십자포화를 맞았던 민주당은 증세 카드를 꺼내는 즉시, 표가 떨어져 나간다는 걱정을 한다.
그런데 한겨레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한사연)의 여론조사 결과는 정치권의 이런 정서와 조금 다르다. ‘세금을 더 내더라도 복지 수준을 지금보다 더 늘리자’는 견해에 동의한다(53.1%)는 의견이 “동의하지 않는다”(45.9%)보다 약간 높았다. 앞서 한사연이 지난해 9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세금을 더 내고, 복지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52.2%)이 “세금을 덜 내고 소득을 늘려야 한다”는 쪽(43.2%)보다 많았다.
경제활동이 활발해 세금도 많이 내는 40대에서도 증세 의견(50.6%)이 반대 의견(48.9%)과 엇비슷했다. 소득별로는 월 401만원 이상 계층은 59.4% 대 40.6%로 증세 쪽이 높았고, 오히려 200만원 이하 계층에선 증세 반대(60.0%)가 찬성(38.4%)보다 월등했다. 저소득층은 ‘세금 더 내면 못 산다’는 정서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저소득층엔 세금이 늘지 않는다는 설명이 이어지면 증세 쪽 여론이 늘어날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부유세 영역에선 저울추가 확실하게 기울었다. 복지 확대를 위한 부유세 도입에 찬성하는 의견이 81.3%나 됐다. 월소득 401만원 이상 계층도 80.8%가 부유세 도입에 찬성했다. 과거 종부세는 아파트 등 부동산 소유자들 모두에게 ‘나도 세금 더 낼 수 있다’는 생각을 줬지만, 부유세는 ‘나와 무관한 세금’으로 여기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복지의 방법을 두고선 일부 혼란스런 결과가 나왔다. 복지혜택을 누구에게 줘야 하는지 물었을 때, ‘필요한 사람에게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제공해야 한다’(보편복지)는 쪽은 30.3%에 머물렀다. 반면 ‘가난한 사람이나 취약계층만 선별해 제공해야 한다’(선택복지) 쪽이 68.7%에 이르렀다. 그런데 같은 조사에서 초·중등 전면 무상급식의 찬성(55.9%)이 반대(43.6%)보다 높았다. 일반적인 항목에선 선별복지론이 높았지만 구체적인 항목에선 보편복지론이 우세하게 나온 것이다. 이는 복지의 구체적 쟁점들이 아직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은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는 “한정된 재원을 가지고 보편복지를 한다고 하면 저소득층은 ‘내 것을 빼앗아 중산층에게 나눠준다’고 여긴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를 진행한 윤희웅 한사연 조사분석실장은 “민주당의 무상급식·의료·보육 정책에 대해 ‘관심이 간다’는 응답이 60.7%로, ‘관심 가지 않는다’(38.6%)보다 훨씬 높았다”며 “야당이 국민적 관심을 끄는 데 일단 성공했다”고 말했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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