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 5%제한’ 법 개정안
임대인 재산권 제약 반발에
1년간 달랑 한차례 논의
임대인 재산권 제약 반발에
1년간 달랑 한차례 논의
서울 동작구 단독주택에 세들어 사는 직장인 송아무개(37)씨는 2년 만에 이사를 고민중이다. 전세계약 갱신일이 다가오자 최근 집주인이 1억2000만원인 전세보증금을 1억7000만원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부근의 아파트에 세들어 사는 회사원 성아무개(35)씨도 보증금을 한꺼번에 5000만원 올려달라는 집주인의 요구에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그러나 임차인들이 겪고 있는 이런 고통을 완화하려는 입법 노력은 번번이 무산됐다. 세입자들과 시민단체의 요구로 ‘전세보증금 증액 상한제’를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18대 국회에 제출된 상태지만 진척이 없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 등 21명은 지난 8월 △전월세 계약 갱신 때 보증금 인상 5% 이내로 제한 △세입자 요구 때 임대차계약 6년 보장 등을 담은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용섭 민주당 의원 등 16명도 △전월세 계약 갱신 때 보증금 인상 5% 이내로 제한 △임대차계약 4년 보장 등을 제안한 개정안을 지난해 9월 발의했다. 이 의원은 “정부의 전세자금 대출 확대는 중산층과 서민의 부채를 가중시켜 본질적 대책으로 한계가 있다”고 제안 이유를 밝혔다. 법사위에 계류돼 있는 두 개정안은 세입자가 월세를 3개월 이상 내지 않으면 계약갱신 요구권을 인정하지 않는 등 집주인의 재산권 보호 방안도 강화했다. 조경태 민주당 의원도 ‘계약갱신 때 보증금 인상을 10% 또는 물가상승률 이내로 제한’하는 개정안 발의를 검토중이다. 28일 국회사무처 법제실에 입법 의뢰서도 냈다.
그러나 이용섭 의원 등이 지난해 낸 개정안은 올 4월 한차례만 논의됐고 추가 검토작업이 멈춰 있다. 법무부 등의 반대가 크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임대인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제약하고 임대 기피로 인한 공급 감소, 보증금 급등 등 부작용이 예상된다”며 이 의원의 개정안에 반대 의견을 밝혔다. 법원행정처와 국토해양부,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한국부동산연구원 등도 “전세가격 폭등과 전월세 공급부족이 우려된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했다. 강 의원이 낸 개정안은 아직 한번도 논의되지 않았다.
17대 국회에서도 임차인 보호 노력이 비슷한 이유로 무산됐다. 조승수 의원 등 10명은 2004년 ‘전세보증금 인상 5% 제한’ 등을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당시 집권당이던 열린우리당의 무관심과 관련단체 등의 반대로 폐기됐다. 참여연대 안진걸 사회경제국장은 “1989년 전월세 계약 보장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할 때도 전셋값이 일정 기간 뛴 적이 있었으나 결과적으로 서민들의 주거 안정에 도움이 됐다”며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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