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 검토 필요”…부정적 입장서 변화 조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 신중론을 펴온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태도에 미묘한 변화 기류가 감지된다. 정동영·이인영·천정배·박주선·조배숙 최고위원 등 지도부 다수가 재협상론자여서 손 대표의 태도 변화에 따라 민주당에서 재협상론이 탄력을 받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손 대표는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보도에 의하면 미국이 공식적으로 자유무역협정(FTA) 수정을 제기했다고 한다”며 “그것이 사실이라면 자유무역협정과 관련한 본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손 대표는 “구성만 되고 그동안 가동되지 않던 당내 자유무역협정 특위를 다시 활성화하고 구성과 내용을 보강해 본격적으로 새로운 상황에 대비하겠다”며 특위 위원장에 홍재형 의원을, 간사에 전병헌 의원을 임명했다.
손 대표는 이날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도 “민주당 최고위 쟁점도 한-미 에프티에이였다”며 이 문제를 화제로 꺼냈다. 그는 “열린 자세로 대하겠다. 더 많은 양보를 하지 않게 해야 한다”며 “최고위원 중에도 재협상 의견이 많다. 야권 민주진보세력이 손을 잡고 국익을 보호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손 대표의 이런 발언에 대해 전현희 대변인은 “입장이 바뀐 것은 아니다. 당내에 에프티에이를 둘러싼 이견이 있어 조속히 특위에서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재협상론으로 손 대표의 입장이 기운 건 아니라는 얘기다.
손 대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재협상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지난달 12일 부산문화방송 주최 토론회에서 손 대표는 “에프티에이는 국제적 상황 변동과 사회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 세계 속에서 어떻게 할 것인지 노력하는 것”이라며 한-미 에프티에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겨레> 인터뷰에서도 “구호로 ‘에프티에이 재협상’을 내걸 순 있지만 과연 그게 가능한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런 발언에 견줘 ‘본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발언은 재협상론에 상당한 여지를 남겨둔 셈이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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