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위원들 생각 달라 ‘결속력’ 엇갈린 전망
“서광이 보인다”던 자기 예언은 현실이 됐다. 정동영·천정배·박주선·조배숙 등 소속 후보 4명을 모두 최고위원에 당선시킨 쇄신연대는 10·3 민주당 전당대회의 또다른 승자로 꼽힌다. 소속 최고위원 4명이 결속하면 9명(원내대표 포함)으로 구성된 최고위원회의 의사결정을 주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쇄신연대는 4일 논평에서 “야당 역사상 비당권파에게 이처럼 큰 집단 승리를 안겨준 사례가 없다”며 “비판세력에서 벗어나 당을 혁신하고 수권정당을 만들기 위해 책임있는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주류’로서 당 운영에 집단적 의사를 적극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하지만 쇄신연대가 전대 국면에서 보여준 결속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정·천 최고위원이 사회민주주의 수준의 복지를 지향하는 뚜렷한 진보노선을 내걸었던 것과 달리, 박주선·조배숙 최고위원은 중도·실용의 온건 노선을 표방해왔기 때문이다.
전대 막판 불거진 박주선 최고위원과의 갈등도 변수다. 박 최고위원은 지난주 쇄신연대가 상대적 약체로 평가받는 천정배 후보의 동반 당선을 위해 사실상 ‘정동영-천정배’ 지지 쪽으로 기울자, 쇄신연대 탈퇴를 검토할 만큼 관계가 소원해졌다. 박 최고위원은 이날 아침 쇄신연대의 당선자 회동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한 측근은 “더 이상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긴 어려워진 것 아니냐”고 말했다. 안팎에선 박 최고위원이 호남에서 높은 지지도가 확인된 손학규 대표와 손잡고 돌파구를 모색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조직의 진로를 두고도 내부 의견이 엇갈린다. 일부에선 애초 목표였던 ‘당권파 심판’이 전대를 통해 달성된 만큼 쇄신연대를 해소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지만, 현 지도부 임기가 끝나는 2011년 말까지 당의 쇄신을 위해 지금의 형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도 만만찮다. 한 관계자는 “구성원의 다수인 지역위원장들이 총선 공천권을 행사할 다음 지도부가 들어설 때까지 당내 정치결사로 남아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쇄신연대는 5일 저녁 여의도 사무실에서 전체모임을 갖고 조직의 진로 등을 논의한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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