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 자서전서 두 아내 등 개인사 회고
“인생은 생각할수록 아름답다.”
김대중 전 대통령 자서전의 마지막장 제목이다. 서거 전 혈액투석을 매일 받으면서도 “커피 맛은 좋고 모든 것이 향기롭다”고 말했던 그였다.
29일 발간된 자서전에서 김 전 대통령은 처음으로 어머니가 아버지의 둘째 부인이었다고 고백했다. “나는 오랫동안 정치를 하면서 내 출생과 어머니에 관해서 일체 말하지 않았다. 많은 공격과 시달림을 받았지만 ‘침묵’했다. 평생 작은댁으로 사신 어머니의 명예를 지켜 드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머니 장수금씨는 난산으로 낳은 김 전 대통령을 특히 아꼈다. 요리솜씨가 좋아 마을 전체에 동치미 맛이 알려졌다고 한다. 아버지 김운식씨는 직접 톱질을 해 아들을 위해 장난감 배를 만들어주는 부드러운 남자이자, 민요 ‘쑥대머리’를 구성지게 부른 마을의 알아주는 노랫꾼이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김 전 대통령은, 두 반려자는 아내이자 동지였다고 밝혔다. 1945년 처음 결혼한 차용애씨는 김 전 대통령이 처음 정계에 진출하는 과정을 묵묵히 지켜보고 지원했으며, 이승만 정권 아래서 국가보안법 개악 저지 투쟁을 할 때 광화문 거리 집회에 빠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1962년 결혼한 이희호씨에 대해서는 “내 삶의 동반자”라고 불렀다. 1951년 한국전쟁 당시 부산에서 스치듯 처음 만난 이씨가 평생의 반려자가 되리라고는 김 전 대통령도 생각지 못했다고 한다. “하얀 이가 예쁘고” 정치 이야기가 잘 통하던 여자를 1959년 서울 종로에서 다시 마주친 뒤 1962년 서울에서 결혼했다. 이후 박정희,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으로부터 모진 탄압을 받고 옥에 갇히던 김 전 대통령의 옆에는 항상 이씨가 서 있었다. 신장투석을 받던 김 전 대통령은 “꽃이 피면 아내더러 꽃구경값을 내라고 장난을 쳤다”고 적었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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