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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광주 남구, “이대론 안된당께”-“팔이 밖으로 굽소?”

등록 2010-07-25 19:22

‘민주당 견제론’-‘이명박 심판론’ 판세 박빙
연고투표냐-단일후보에 전략투표냐 주목
24일 광주의 대기는 종일 불안정했다. 상공을 뒤덮은 수직의 구름기둥 때문이었다. 적란운이었다. 지상의 상승기류와 만나 가공할 토네이도를 만들어내곤 한다는 그 구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나흘 앞둔 남구 민심은 적란운의 위아래 공기층만큼이나 온도차가 있었다. 양림동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는 김원균(46)씨는 단골로 보이는 손님을 맞을 때마다 손을 잡고 당부했다. “이대로는 안 된당께. 요참엔 5번이요, 잉.” 월산동 무등시장에서 만난 김정식(54)씨는 달랐다. “팔이 바깥으로 굽겄소? 함께 고생한 민주당 찍어야제.”

두 당이 분석하는 판세도 한결같이 ‘초박빙’이다. 강기정 민주당 의원은 “쉽지 않은 선거”라고 했다. ‘인물론’이 먹혀들지 않은 데다, 상대가 ‘시민사회·야4당 단일후보’를 표방하면서 1대1 구도를 만들어내는 바람에 고전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오병윤 후보캠프의 장원섭 상황실장 역시 “초반 바람을 타면서 박빙 구도를 만드는 데는 성공했지만, 민주당이 조직을 본격 가동한 뒤론 상승세가 둔화한 게 사실”이라고 했다.

두 진영은 이날 ‘광주의 강남’으로 불리는 봉선동에서 격돌했다. 봉선2동 근린공원에서 열린 민주당쪽 유세에는 의원 총동원령이 내려진 광주는 물론 전남·북과 제주지역 국회의원까지 나와 장병완 후보를 지원했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민주당이 실망스런 모습을 보인 적도 있고, 광주를 위해 흡족한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이명박 정권의 차별에 맞서 호남과 민주주의를 지켜낼 대안정당은 민주당 하나뿐임을 잊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오병윤 후보의 봉선4거리 유세에는 이정희 민노당 대표와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등 야4당 연대에 참여한 정치인과 광주지역 시민사회 지도자들이 총출동했다. 이정희 대표는 남구 예산을 2배로 늘리겠다는 장병완 후보쪽을 겨냥해 “표를 얻으려 헛공약 말고, 민주당 의원들은 당장 격전지 서울 은평을로 달려가라”며 “시민들이 광주를 바꾸면, 우리는 나라를 바꿔 2012년 대선을 야권연대의 승리로 이끌겠다”고 말했다.

남구의 기류는 ‘민주당 견제론’과 ‘이명박 심판론’이 맞서 있었다. 지난주 초반 민주당이 지역민 1112명을 상대로 벌인 여론조사에서도 이번 재보선의 성격이 ‘이명박 정권 심판투표’라는 응답은 54.9%, ‘민주당 견제투표’라는 응답은 45.1%였다.

민주당도 인물론이나 예산증액 공약만으론 민노당 바람을 차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정권심판을 위한 민주당 힘싣기론’을 부각하려 하지만 상황이 간단치 않다. 장 후보쪽 관계자는 “정권심판을 위해 ‘8대0’을 만들어달라고 호소하지만, 시민들은 민노당 역시 ‘8’의 일원으로 생각하고 있어 ‘각’이 서지 않는다”고 했다. 민노당도 고민은 있다. 노장년층에선 ‘민주당 안방까지 들어와 우군에게 칼을 겨눠야 하느냐’는 비판 정서가 만만찮은 탓이다. 민노당이 “진보정당 후보를 당선시키는 게 광주와 민주당을 함께 살리는 길”이라고 호소하는 것도 이런 정서를 의식해서다.

관건은 주요 선거국면에서 나타난 광주 유권자의 ‘전략투표’가 이번에도 재연되느냐다. 광주 흥사단 대표인 최영태 전남대 교수는 “2002년 민주당 대통령후보 광주 경선은 ‘한나라당 집권 저지’라는 큰 목표를 위해 영남출신 노무현을 선택한 ‘전략적 결단’의 전형”이라며 “친민주당 성향의 유권자들 사이에서조차 ‘큰 선거 이기려면 민주당에도 충격이 필요하다’는 정서가 확산되고 있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박해광 전남대 교수(사회학)는 “지금까지 광주의 전략투표는 민주당과 굳건한 연대의 우산 아래서 이뤄진 제한적 전략투표였다”며 “이번에 비민주당 후보에 대한 전략투표가 나타나더라도 투표율이 낮은 보궐선거 특성상 노장년층의 견고한 ‘연고투표’를 이겨내기엔 역부족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25일 시가지의 공기는 여전히 심상찮은 기운들로 가득했다.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곧 쏟아질 것만 같았다. 광주/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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