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천안함 후속 대책 우려
“MB 정부 대북정책이 낳은 산물”
“MB 정부 대북정책이 낳은 산물”
천안함 사건 발표 뒤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명박 대통령은 20일 천안함 사건 관련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 발표 뒤 다음주중 대국민 담화를 통해 대북 대응조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 대응조치는 어떤 내용인지 예단할 수는 없으나 ‘강경한’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그동안 정부가 통일부를 통한 인도적 지원물자 반출 금지, 북한 체류인원 귀환 조치 등을 취한 데 비추어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명박 정부가 신속한 대응을 명분으로 강경대응을 한다면 한반도의 정세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악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이런 주장은 만일 합동조사단이 발표한 대로 “북한의 공격에 의한 침몰”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이명박 정부가 강경 대북 안보정책이 낳은 결과일 뿐이라는 비판들과 맥을 같이한다.
전문가들은 이명박 정부의 안보정책은 이전 노무현·김대중 정권의 안보정책과 확연히 차이가 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기존 노무현·김대중 정권이 확전을 막는 것을 기본적으로 했다면, 이명박 정부의 대북 안보정책은 북한에 본때를 보여주는 것을 기본으로 해왔다는 것이다.
군사전문월간지 <디앤디포커스> 김종대 편집장은 이에 대해 “지난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10년간의 NLL 분쟁관리는 ‘국지적 충돌이 있더라도 전면전으로 확전을 차단한다’는 데 있었다”고 평가한다. 이것을 담보하기 위해 ‘비례성의 원칙’을 채택했다는 것이다. 즉 북이 함정을 내려보내면 우리도 함정을 보내되, 교전도 특수한 상황에서만 허락됐다는 것이다. 김 편집장은 이를 “쉽게 말하면 링 위에서 선수들끼리만 싸우게 하고, 나머지는 밖에서 응원만 하자는 것”으로 해석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에서는 이런 원칙이 좌파의 산물로 매도되고, “이제는 링 위에서 선수들끼리만 싸우는 것이 아니라 몽땅 올라가서 패싸움을 벌어자는 양상으로 변화했다”고 지적한다. 김 편집장은 이런 정책 변화에 대해 “남한 군사력이 북한 군사력보다 월등한 상태에서 북한을 힘으로 누르면 된다는 군부의 지나친 자신감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그러나 이는 군의 가장 큰 임무가 전투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전쟁을 억제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망각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종대 편집장은 대표적으로 사례로 지난해 2월13일 이상희 당시 국방부장관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북한의 NLL 침범 때 대응방안’을 꼽는다. 그 뒤 여러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에 의하면 당시 이 장관은 이 대통령에게 “북한이 NLL을 침범하면 여러 지·해·공 전력을 동원하며 이 가운데 F-15K를 선제타격 전력으로 삼겠다”고 보도했다고 지적한다. 김 편집장은 이렇게 북한에 대한 강경 대응전략을 세우고, 그것을 보수 언론을 통해 흘리는 방식은 북한을 크게 자극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김 편집장은 이런 이명박 정부의 강경 대북 안보정책이 지난해 11월 대청해전을 부른 한 원인이라며, 이명박 정부가 앞으로 이런 정책을 확대할 경우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한다.
“북한의 어뢰에 의해 천안함이 격침됐다”는 합동조사단의 20일 조사결과 발표 이후에도 천안함의 침몰 원인에 대한 의혹은 완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김 편집장은 이런 상황에서 설사 ‘북한의 공격’이라는 발표 내용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이는 이명박 정부의 강경한 대북 안보정책에 낳은 결과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가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기존의 “패거리 싸움 전략”을 확대·강화하는 정책을 내놓는다면 ‘전쟁 위험’이라는 불온한 먹구름이 더욱 짙어질 것이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도 정부가 다음주중 일방적으로 대북조치를 발표하는 데 따른 위험성을 강조했다. 정욱식 대표는 “합동조사단 발표 이후 북한이 즉시 검열단 파견 제의를 한 것은 한반도 사태가 극단적인 대결로 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낸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가 대북 정책을 바로 발표하기보다는 북한과의 합동조사 등을 통해 사건의 실체를 보다 명확히 한 뒤 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보근 기자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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