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 목적에 어긋난 일정이 많았던 주요 ‘국회 외국 방문’
경실련 “전체 활동시간 중 47% 방문 목적과 무관”
상임위 차원 방문 더 심해…90% 보고 누락하기도
상임위 차원 방문 더 심해…90% 보고 누락하기도
18대 국회의원들이 국외 방문외교 활동 중 절반 가까운 시간을 일정과 무관한 데 쓴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0일 18대 국회 개원 직후인 2008년 6월부터 2009년 8월까지 이뤄진 42건의 국회 방문외교를 분석한 결과, 전체 방문외교 활동 1768시간 가운데 방문 목적과 무관한 활동에 838.5시간(47%)이 쓰였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해외방문 결과보고서를 토대로 하루 8시간의 활동시간(점심시간을 뺀 오전 9시~오후 6시) 가운데 방문 목적에 맞는 활동을 한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를 조사했다. 보고서에 일정을 누락하거나 단순 문화행사, 관광에 참여한 경우는 일정과 무관한 시간을 보낸 것으로 집계했다.
분석 결과, 절반 이상의 시간을 일정과 무관한 활동으로 보낸 것으로 나타난 방문외교 활동이 전체 42건 가운데 17건(40.4%)에 이르렀다. 특히 국회 상임위 차원의 국외방문 5건은 결과보고서에 대부분의 일정을 누락해 65% 이상의 시간을 ‘비목적성’ 활동에 보낸 것으로 집계됐다.
기획재정위원회 해외시찰(2009년 1월9~19일 터키·이탈리아)의 경우, 금융위기 대응 방안 등을 위한 방문국 의회 및 정부인사 면담이 목적이었지만, 관련된 일정은 전체 활동시간 가운데 6%에 불과했다. 나머지 일정은 보고서에서 누락돼 확인할 수가 없었다. 이 시찰에는 서병수·나성린 한나라당 의원, 백재현 민주당 의원, 임영호 자유선진당 의원 등이 참가했다.
법제사법위원회가 국제 형사사법 공조 협의 등을 목적으로 지난해 3월6~15일에 스페인, 모로코 등을 방문한 해외시찰의 경우, 총 8박9일의 일정 가운데 2일(7시간)을 뺀 나머지는 기록이 없었다. 89%의 일정이 방문 목적과 맞는지 확인할 길이 없는 셈이다.
곽선희 경실련 정책실 간사는 “시간대별로 기록된 구체적 일정과 예산 내역이 담긴 결과보고서 작성을 의무화하는 등의 조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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