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정치 이 장면]
헤어졌던 ‘두 반쪽’이 손을 맞잡았다.
2월25일 ‘종북주의’ 논쟁으로 갈라섰던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꼭 1년 되던 날이었다. “그 날(분당) 이후 첫 데이트”(노회찬 진보신당 대표)에 두 당 대표들은 기대 가득한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분당의 상처가 여전한 이들을 한자리에 불러 앉힌 건 이명박 정권의 독주를 심판해야 한다는 진보진영의 요구였다. 그들의 답변은 ‘노동자의 도시’ 울산에서 치러질 4·29 재보궐 선거에서 후보 단일화를 이뤄내 “엠비(MB) 정권을 심판하겠다”는 것이었다.
공식 협상 20번과 셀 수도 없이 많은 물밑 접촉 등 지난한 과정을 겪었지만, 두 당은 극적으로 단일화를 이뤄냈다. 선거를 사흘 앞둔 날이었다. 단일화의 힘으로 조승수 후보는 진보신당의 제1호 국회의원으로 원내에 진입했다. 비록 승리는 못했지만, 두 당은 10·28 안산 상록을 재보궐 선거에서도 무소속 임종인 후보를 함께 지지하며 연대의 끈을 이어갔다.
두 당의 나란한 걸음은 내년 지방선거 선거연합은 물론 ‘재결합’의 기대까지 부풀렸다. 민주노총은 진보정당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두 당의 통합을 촉구했고, 민주노동당도 “내년 지방선거 전에 두 당이 통합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진보신당은 “선거를 위해 급조하듯 ‘묻지마 통합’을 하자는 건 의미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 ‘숙려기간’에 들어간 이들이 온전히 상처를 치유하고 마주하기까지는 아직도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글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사진 강재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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