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왼쪽)와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9월 국회 복도에서 만나 의사일정 등과 관련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한나라, 안상수 대표에 “여야관계 풀줄 몰라” 지적 9일 국회에서 만난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표정은 잔뜩 굳어 있었다. 전날 한나라당 국토해양위원들의 4대강 예산 일방처리 탓에 연말 국회 해법이 더욱 꼬였기 때문이다. 계획적이고 정확하게 일을 처리해 ‘안 칸트’란 별명이 있는 그로선 국토위 사건은 매우 불쾌한 돌발변수로 느껴지는 듯했다. 안 원내대표는 전날 친이 의원들의 송년모임 자리에서 “상당히 중요하고 민감한 시기에 왜 이런 식의 무리수를 두는지…, 참 어렵다, 힘들다”고 하소연했다고 한다. 그는 이병석 국토해양위원장에게도 전화를 걸어 “기왕 참는 김에 좀더 참지 왜 그랬느냐”고 질타했다고 한다. 안 원내대표의 불편한 심기는 초조함과도 무관하지 않다. 4대강 예산, 세종시 문제, 노동법 개정 등 연말 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사안들은 쏟아지지만 어느 하나 녹록한 게 없다. 그는 “워낙 다양한 이슈를 처리해야 하니 내가 굉장히 과부하가 걸려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내에선 당-청 관계에서 수동적이란 비판이 나온다. 한 초선의원은 “엄연히 당정 분리가 돼 있는 상황에서 세종시나 4대강 등 쟁점 현안에서 당이 주도하는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결국 여러 현안에서 당내 의견이 갈라지고 분열되는데 아무 조처도 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의 향후 진로를 염두에 둔 청와대 눈치 보기 행보가 국회 상황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4선 의원은 “여야 관계를 풀기 위해 필요한 게 뭔지를 알고, 청와대의 독주에 맞서야 하는데도 향후 국회의장이나 당 대표 등을 염두에 두며 그저 따라가고만 있다”며 “이런 행보가 여야 관계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4대강 예산 심의 등에서 국회의 자율성을 버린 채 청와대 하명대로만 움직인다는 것이다. 민주당 등 야당은 전날 국토위의 한나라당 단독 예산 처리를 원내대표가 몰랐을 리 없다며 안 원내대표가 이중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안 원내대표는 “그랬다면 내가 왜 관련 의원들을 질책했겠느냐”고 부인하고 있지만, 이미 다수당 원내대표에게 요구되는 정치적 신뢰에 큰 구멍이 난 것으로 보인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민주당, 이강래 대표에 “타협도 투쟁도 못해” 비판 “우리 원내대표가 사람이 좋아서 그런가. 말로는 원천무효라고 하면서 예결특위에서 심사하는 모순이 어디 있느냐.” 9일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박주선 민주당 최고위원이 작심한 듯 이강래 원내대표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전날 국토해양위에서 한나라당이 4대강 예산을 날치기한 뒤의 대응을 문제삼은 것이다. 일순간 회의장은 술렁였다. 비공개 회의 때 박지원 정책위의장도 “언론관련법과 세종시, 4대강, 노동조합법, 예산안 처리까지 중대한 문제가 있는데 우리 당은 타협도, 투쟁도 못하고 넘어가고 있다”며 전략 부재를 지적했다. 당내 진보개혁 성향 의원 모임인 ‘다시 민주주의’는 정부가 수자원공사의 3조2000억원 예산 명세(내역)를 제출하지 않으면 예산 심의를 중단해야 한다며 10일 원내대표단에 면담을 요청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투쟁을 좀더 세게 하자”, “속도를 조절하자”는 전술적인 차이일 뿐 당내 이견이 있는 건 아니라고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국토해양위 날치기 사태를 계기로 민주당 안에서는 이 원내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불만 섞인 목소리들이 터져나오고 있다. 이 원내대표가 민생 예산 처리에 협조하면서 4대강 예산 반대에 대한 명분을 쌓고 있다고는 하나, 결국 한나라당이 날치기할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할리우드 액션’만 취하는 게 아니냐는 게 대표적이다. 세종시 문제에서도 한나라당의 분란을 지켜본 뒤 움직인다는 전략이지만, 그사이 아예 민주당의 존재가 ‘실종’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핵심 관계자조차 “한나라당이 수적 강세로 밀어붙일 것이라고 생각해 지레 다음 수순을 고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소통 부재를 지적했다. 그는 “의원총회에서 나온 반론들은 전혀 반영이 되지 않고, 원내 부대표단과는 물론 당 대표와도 소통하지 않은 채 ‘무조건 내 말만 믿어라’ 하고 있다”며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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