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상건립 자료조사 위한 국외출장에 3천여만원
이정희 의원 “국회 절차 무시하는 오만한 발상”
이정희 의원 “국회 절차 무시하는 오만한 발상”
국회 사무처가 국회에서 결정되지도 않은 사업을 미리 추진하며 다른 예산을 끌어와 전용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이 9일 국회 사무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대한민국 임시의정원 의장 흉상 건립에 필요한 자료 조사’를 명목으로 사무처 직원과 건립자문위 교수 등 6명이 지난 7월30일부터 8월7일까지 국외 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돼 있다. 이들이 미국 워싱턴과 로스앤젤레스, 하와이 등을 돌아다니며 사용한 비용은 모두 3132만원이다. 하지만 흉상 건립 결의안이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않아 관련 예산이 없는 상태다. 국회 사무처는 국회의 ‘국제화 여비’를 돌려 쓰는 방법으로 이 비용을 충당했다.
국회 사무처는 건국훈장을 받은 임시의정원 의장 13명의 흉상을 제작하기 위한 예산 5억6000만원을 편성하고,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킨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이 사업의 국회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지난 4월 당시 홍준표 운영위원장이 “흉상 건립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하는 등, 부정적 기류가 강했기 때문이다.
이정희 의원은 “국회 통과도 안 된 상황에서 거액을 들여 국외 출장을 다녀온 것은 국회의 절차와 기능을 무시하겠다는 사무처의 오만한 발상”이라며 “만일 결의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예산만 낭비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흉상 건립에 부정적인 운영위를 설득하고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미리 자료 조사를 한 것”이라며 “만일 이번에 결의안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자문위의 결과물이 남는 만큼 예산 낭비라는 말은 적절치 않다”고 해명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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