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잠재적 대선주자들, 조용한 정치행보
한가위 차례상의 단골 메뉴는 언제나 정치, 그중에서도 차기 대선주자들 얘기다. 앞으로 3년이나 남았지만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다. 한나라당 잠재적 대선주자들은 ‘실적’으로 평가된다. 민주당 등 야권 주자들은 당면 1차 관문을 넘어야만 미래가 있다.
경쟁서 밀리면 끝…실적으로 말하리
“정치는 결과로써 말한다.”
지난달 29일 이명박 대통령이 정운찬 국무총리에게 건넨 한마디다. 뚜렷한 결과를 내면 정 총리에게도 대선후보 가능성이 있다는 암시로 해석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경쟁을 통한 ‘생존’을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찬 실적을 낼수록 대선으로 가는 길은 그만큼 수월해지는 셈이다.
2007년 입당 뒤 별다른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던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는 지난달 초 대표직에 취임한 뒤 하루 평균 5~6개의 일정을 소화하며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비록 이명박계(친이)와 박근혜계(친박)의 갈등 속에서 어부지리로 얻은 대표직이지만, 정 대표 쪽은 이를 디딤돌 삼아 당내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그가 10·28 재보선을 성공적으로 치러내면 당내 ‘정몽준 흔들기’를 진압하면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특히 친이-친박의 중재자 역할을 수행하는 정치력을 보인다면 이를 실적으로 내세울 수 있다.
우여곡절 끝에 취임한 정운찬 국무총리에게 세종시는 위기이자 기회다. 총리의 권한과 구실이 취약한 상황에서 성과를 드러낼 수 있는 과제는 세종시 문제가 현재로선 유일하다. 학자 출신으로서 정치적 기반이 사실상 전무한 정 총리는 처음부터 휘발성 강한 세종시 문제를 건드림으로써 이 문제와 정치적 명운을 함께하게 됐다. 여야는 물론 충청권·수도권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세종시 문제에 대해 정 총리는 연일 “원안 수정”이라는 ‘소신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되레 여야·지역갈등만 고조시킨 채 상처만 입고 물러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낮은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 대선주자의 ‘다각화’는 그다지 반갑지 않은 현실이다. 특히 최근 <문화일보>의 여론조사에서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19.1%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내부적으로는 위기감이 높아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수도권 친박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언젠가는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야 할 텐데, 그 시기와 계기에 대해서는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며 “일단은 지방선거 이후가 가장 유력하다”고 말했다.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도 1년여의 ‘낭인’ 생활을 마치고 정계에 복귀했다. 이 위원장은 “이제 일을 할 때가 왔다”며 부패 척결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공직자들의 권력형 비리를 감시하며 이명박 정부의 중도실용 노선을 뒷받침하겠다는 생각으로 보인다. 그는 취임사에서 “권익위원회가 중도실용을 구현해야 할 기관”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군기반장’으로서 실세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물론, 부정부패에 맞서는 독자적인 ‘클린 이미지’를 실적으로 내세우려는 생각 같다. 역시 대선후보군에 거론되는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오세훈 서울시장은 일단 내년 지방선거에 나서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 기류다. 다만, 세종시 논란 주역의 하나인 김 지사의 경우 일단 지방선거에는 출마했다가 임기를 다 채울지 여부는 차후에 고민하겠다는 생각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혜정 김지은 기자 idun@hani.co.kr
존재감 드러내고 때를 기다린다
‘불비불명’(不飛不鳴, 큰일을 위해 조용히 때를 기다린다는 뜻.)
민주당 등 야권의 잠재적 대선주자들의 ‘현재’를 압축하는 말이다. 하지만 대선을 꿈꾸려는 그들에겐 넘어야 할 1차 예선 관문이 있다.
줄곧 ‘선당후사’를 강조하고 있는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넘어야 할 1차 관문은 10·28 재보선 승리다. 손학규, 김근태 두 전직 대표를 동반 출마시키려던 전략에 차질이 빚어져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수도권 2곳을 모두 놓치면 버티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지난 대선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였던 정동영 무소속 의원에겐 민주당 복당이 급선무다. 정 의원 쪽은 “가치 중심의 민주진영 복원이 중요하지 복당 그 자체가 목표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금배지’를 달려고 스스로를 ‘지역 정치인’으로 격하시켰다는 비판을 면하기 위해서라도 먼저 민주당 옷을 입어야 한다.
손학규 전 대표로선 ‘수원 장안 재선거’에 명운이 달려 있다. 당의 간곡한 출마 요청을 거부한 뒤, 민주당에선 장안에서 패배하면 손학규의 미래는 없다는 말들이 공공연하게 나온다. 그가 수원 장안 후보인 이찬열 지역위원장의 선대위원장을 자청해 벌써부터 수원을 누비고 있는 이유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한때 ‘후계자’로 지목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가가 치솟은 한명숙 전 총리도 다음 행보에 따라 명운이 엇갈린다. 당내에선 내년 서울시장 유력 후보로 거론되지만 아예 당 대표로 영입해 ‘대선 수업’을 시키자는 얘기도 나온다.
지난 대선에서 당내 후보경선에 참여했던 천정배 민주당 의원은 ‘목포 천재’라는 모범생 이미지를 탈피해 민생 정치인 이미지 강화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1일까지 17일 동안 ‘민생 포장마차’를 끌고 전국 15개 도시를 돌았던 것도 이 일환이다. 김근태 전 대표는 안산 상록을 출마가 무산되면서 내년도 재보선을 통해 원내에 진입해야만 미래를 넘볼 수 있는 처지다.
민주당을 탈당했지만 대중적 지지율이 꾸준하게 나오는 유시민 전 장관은 일단 내년 서울시장 출마와 민주당 합류에 모두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그가 어떤 방식으로 정가에 돌아오느냐에 따라 그의 운명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 진보진영에선 심상정·노회찬 진보신당 전·현직 대표가 원내 진입 또는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뛰며 대선후보 입지 다지기에 나서고 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낮은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 대선주자의 ‘다각화’는 그다지 반갑지 않은 현실이다. 특히 최근 <문화일보>의 여론조사에서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19.1%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내부적으로는 위기감이 높아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수도권 친박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언젠가는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야 할 텐데, 그 시기와 계기에 대해서는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며 “일단은 지방선거 이후가 가장 유력하다”고 말했다.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도 1년여의 ‘낭인’ 생활을 마치고 정계에 복귀했다. 이 위원장은 “이제 일을 할 때가 왔다”며 부패 척결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공직자들의 권력형 비리를 감시하며 이명박 정부의 중도실용 노선을 뒷받침하겠다는 생각으로 보인다. 그는 취임사에서 “권익위원회가 중도실용을 구현해야 할 기관”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군기반장’으로서 실세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물론, 부정부패에 맞서는 독자적인 ‘클린 이미지’를 실적으로 내세우려는 생각 같다. 역시 대선후보군에 거론되는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오세훈 서울시장은 일단 내년 지방선거에 나서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 기류다. 다만, 세종시 논란 주역의 하나인 김 지사의 경우 일단 지방선거에는 출마했다가 임기를 다 채울지 여부는 차후에 고민하겠다는 생각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혜정 김지은 기자 idun@hani.co.kr
존재감 드러내고 때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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