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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국민요구 안받아들이면 싸울수밖에”

등록 2009-06-09 08:00수정 2009-06-09 08:20

정세균 민주당 대표.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정세균 민주당 대표.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자발적으로 추모열기 이어져…
한나라당은 국민을 너무 모른다”
“민주개혁 진영이 서로 힘을 합치는 것은
박수 받을 일…선거공조도 노력해야”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8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 등 5가지 요구사항을 내놓은 것과 관련해 “국민의 요구를 정부 여당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당연히 저항하고, 필요하면 싸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9일 오후 국회 대표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며 이런 견해들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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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전 대통령 장례 이후 고인의 뜻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이어지는 반면에 한나라당 쪽에선 국면을 전환하자고 한다.

“우리 국민의 수준이 굉장히 높다. 누가 하라 한다고 추모를 하고, 하지 말자고 해서 안 하고 하는 게 아니고 그야말로 자발적으로 추모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재(지난 5일) 때 봉하마을 다녀왔는데 많은 국민들이 방문하시더라. 그분들 누가 차비 대주면서 가자고 하면 가시겠냐. 한나라당은 국민 수준을 너무 모른다.”

-정부여당이 검찰개혁 등의 요구사항을 끝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국정을 원만하게 운영하기 위해서는 여야가 경쟁도 하고 협력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 만약에 대통령이나 여당이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고 하면 결국 민심을 거스르는 것이고, 이는 국민의 뜻을 받들지 않는 것이다. 또 국정의 동반자로서 야당의 입장을 무시하고 독주를 하겠다는 것이다. 제동을 걸어야 한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진 않으나, 만약 대통령이나 여당이 일방 독주하는 국정운영을 하고 정치를 편다면 야당으로선 당연히 거기에 대해 저항하고 필요하면 싸우는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 차원에서 노 전 대통령 재평가 사업을 하기로 했다. 얼마 전까지 노 전 대통령과 거리를 두려는 듯한 흐름에 비춰 어색해 보이기도 한다.

“일각에서 그런 부분이 좀 있었다. 그런 비판에 대해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겠다. 그러나 당 차원의 차별화 시도는 없었고 저도 그런 일이 전혀 없었다. 어쨌든 지금 와서 들춰내기보다는 노 대통령이 추구하려고 했던 가치를 잘 이어받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 뉴민주당 플랜도 수정하기로 했는데.

“중도개혁이든, 중도진보이든, 개혁이든 문패를 어떻게 다느냐의 문제이긴 하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민주당의 정체성이랄까 색깔은 진보적인 쪽을 유지하는 게 좋겠다.”

-4년여만에 민주당이 한나라당보다 지지율에서 앞선 결과가 나왔다. 되돌아온 지지자들을 붙들어 둘 구상이 있나?

“제1야당으로서 이명박 정권의 실정을 잘 파헤치는 것이 중요하고, 그 다음에 서민경제라든지 남북문제라든지 중요한 정책적 가치에 대해 제대로 된 정책을 만들고 실천하는 능력, 즉 유능한 정당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서 수권 능력이 있다는 걸 보여야겠다.”

-지난해 하반기 ‘대안 야당론’을 앞세워 이명박 대통령과의 청와대 회동에서 유화적 태도를 보이던 때와 달라진 느낌이다.

“저는 달라졌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관찰자들이 달라졌다고 하면 달라진 것이다. 작년에는 집권 초기이기 때문에 이명박 정권의 실정의 정도가 지금보다 얕았을 수 있다. 그래서 야당 대표가 갖는 문제의식이나 정부 여당을 견제하고 비판하는 부분이 지금보다는 강도가 낮았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이후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공안정국을 만들어내고, (전직) 대통령까지 정치보복에 의해 죽음으로 몰고가는 등 정권의 실정이 더 쌓였다.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더라도 현 정권을 보는 시각이나 정권을 비판하는 강도가 달라질 수 있다.”

-10월 재보궐선거, 내년 지방선거 등에서 범야권 및 시민사회진영과 정책연합이나 선거연합을 추진해볼 생각은.

“민주개혁 진영이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 서로 힘을 합치는 것은 항상 국민들로부터 박수받을 일이지 비판받을 일은 아니라고 본다. 그래서 시민사회, 여러 정당과 정책 연합을 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할 것이다. 선거공조 같은 부분도 열어놓고 노력해야 한다.”

-남북관계, 북미관계가 걱정스럽다.

“이명박 정부가 6·15, 10·4 선언을 부인한 게 만병의 근원이다. 이명박 정부가 6·15, 10·4 선언을 존중하는 데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 빨리 남북간 대화를 복원해야 한다. 현재처럼 우리 정부 당국이 버릇을 고쳐야 한다는 대결적 자세로 가서는 해결될 것 같지 않다.”

-지난 2월8일에 정 대표가 노 전 대통령을 비공개로 만난 일이 있다. 대화 내용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중에 야당이 숫자가 적지만 민심을 얻으면 그래도 길이 있지 않겠느냐는 얘기를 하면서 이 정부를 비판했다. 야당에 대한 사고가 토벌 대상을 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권력은 스스로 절제를 해야 하는데 현 정부는 절제를 모른다면서 감사위원들을 바꾸려고 하다가 안 되니 일괄사표 받아서 솎아내는 문제를 지적했다.

대화 말미에는 인간적 고뇌도 털어놓았다. 자신의 정치 역정을 회상해보면 별로 된 게 없더라, 세상을 바꿨느냐 하면 별로 바꾸지도 못한 것 같고, 자기가 바라는 정당 하나도 못 만들었다고 하시더라. 권세를 누렸냐 하면 그렇지 않고, 꿈을 이뤘냐 하면 그렇지 않고, 사실 남겨둔 게 없다고 했다.”

-정동영 의원의 복당 문제는?

“당의 인재를 내치기보다는 모아나간다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논의를 할 타이밍이 아니다. 현재는 엠비 사과도 받아내야 하고 책임 추궁도 하고 악법과도 싸워야 한다.”

박창식 선임기자, 이정애 기자 cspcs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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