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 재·보궐선거 유세가 시작된 16일 오후 전북 전주시 덕진공원에서 열린 준법선거 다짐 및 정책선거 실천 협약식에 참석한 후보들이 깨끗한 선거 운동을 할 것을 다짐하며 만세를 부르고 있다. 왼쪽부터 전희재 한나라당 후보, 김근식 민주당 후보, 염경석 진보신당 후보, 정동영 무소속 후보. 전주/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4·29 재보선 민심속으로] 전주 덕진·완산갑
민주 텃밭서 무소속 바람…여론 관심 정 후보에 쏠려
“내가 바로 측근” 무소속 후보들 앞다퉈 ‘DY 연대론’
민주 텃밭서 무소속 바람…여론 관심 정 후보에 쏠려
“내가 바로 측근” 무소속 후보들 앞다퉈 ‘DY 연대론’
공식 선거일 일정이 시작된 16일, 전주 덕진과 완산갑 두 지역구에 출마한 12명의 후보가 외치는 구호로 전주시 전체가 떠들썩했다. 하지만 정작 주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고속버스터미널 근처에서 만난 이희종씨는 도로 양쪽에 길게 늘어선 택시들을 가리키며 “2200원(기본요금) 벌려고 이 사람들이 하루종일 저렇게 서 있다. 살기가 이렇게 힘든데 한 당 안에서도 힘은 합치지는 못할망정 매일 싸우기만 하니 정치에 정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그나마 관심을 보이는 것은 무소속 정동영 후보의 탈당과 재기 여부다. 덕진구 주민 고명식씨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민주당의 뜻을 모르는 것은 아니나, 그래도 대통령 후보까지 했던 분을 공천 배제하는 건 옳지 않다”며 ‘정동영 동정론’을 나타냈다. 정 후보의 무소속 출마에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덕진구 금암동의 주부 박아무개씨는 “그만한 인물이 없긴 하지만, 그렇잖아도 민주당이 힘이 없는데 탈당해 새 당을 만들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전주 덕진에서 삼수째라는 염경석 진보신당 후보는 “지난달 중순 정 후보 출마선언 뒤부터 유권자와 언론의 관심이 온통 정 후보에 쏠려 있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정 후보와 정면대결하는 김근식 민주당 후보는 정 후보 비판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15일 금암동에 선거사무실을 열면서 정 후보를 ‘과거 세력’으로, 자신을 ‘미래 세력’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경남대 교수’라는 직함 때문에 종종 “경상도 사람이냐”는 오해를 받을 정도로 낮은 인지도는 뛰어넘어야 할 벽이다. 이에 정세균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가 16일 전주로 총출동해 지원 사격에 나섰다. 정 대표는 이날 “민주당이 싸워야 하는 대상은 바로 엠비(MB) 정권인데, 민주당의 분열을 획책하는 것은 절대로 대의가 아니다”라며 정 후보를 겨냥했다.
정 후보도 “지금의 민주당으로는 안 된다”며 자신을 공천 배제한 민주당 지도부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이날 15대 총선에서 처음 출마를 선언했던 전북대학교 정문 앞에서 출정식을 갖고 “이명박 정부를 심판하겠다는 이번 선거를 정동영 죽이기 선거로 만들어낸 민주당이야말로 바로 바뀌어야 할 대상”이라고 말했다.
이날 모래내 시장에서는 정 후보가 유세하고 있는 사이 민주당 쪽이 도착해 맞대응 유세를 펼치자, 정 후보 쪽에서 유세 음악을 크게 트는 등 양쪽이 신경전도 벌였다. 이를 지켜본 한 시민은 “그래도 한때 한솥밥을 먹던 사이인데, 둘다 한심하다”며 혀를 찼다.
정 후보의 행보는 덕진구를 넘어 완산갑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신건 전 국정원장은 16일 “전주의 여론이 그렇게 돌아가면 ‘연대’는 물론 ‘연합’도 할 생각이 있다”며 정동영 후보와의 무소속 연대에 기대는 모습이었다. 아예 정 후보와 함께 찍은 사진이 담긴 펼침막을 내걸고 ‘내가 정동영의 측근’이라고 내세우는 후보도 있었다. 이광철 민주당 후보는 “민주당이 살아야 엠비 정권을 견제할 수 있다”며 무소속 바람 견제에 나섰다.
전주/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전주 덕진·완산갑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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