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4시 국회풍경 ‘졸려’ = 한나라당 의원들이 12일 새벽 4시께 국회 본회의장에서 추경예산안 처리를 위해 대기하던 중 책상에 엎드려 잠을 자고 있다. 연합뉴스
극한대치 재연 가능성은 적어
추가경정 예산안 처리 불발로 인한 후폭풍 속에서도 “추석 이후에 원안대로 처리하겠다”는 한나라당과 “원점에서 재검토하자”는 민주당 사이의 팽팽한 기싸움이 지속되고 있다.
최인기 민주당 예결위 간사는 12일 “추경 편성을 다시 원점에서 시작해서 국민과 야당이 납득할 수 있는 예산안이 여야의 원만한 합의 절차 속에서 이행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이한구 예결위원장은 “추경안은 예결위 소위를 정당하게 통과한 것으로, 절차적 문제가 생겼으면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다시 의결하면 된다”며 원점에서의 재검토는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외견상 입장 차이는 여전하다. 하지만 추석 이후에 극한 대치가 재연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일단 한나라당은 이날 사태로 원내대표단 사퇴 논쟁이 벌어지는 등 상당 부분 동력을 상실했다. 민주당도 11일 한나라당과 심야 협상 과정에서 ‘서민용 전기·가스 요금의 동결’을 전제로 한전·가스공사에 일정 부분 보조금을 지급하는 데 어느 정도 합의해준 상태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여야 대립의 핵심인 한전과 가스공사 적자 보전 방안과 관련해선, ‘세금’보다는 요금 현실화가 더 적절하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한전과 가스공사의 적자는 정부가 물가억제를 위해 일방적 요금동결 정책만을 고집한 탓이 크다.
한전은 지난해 연료비 상승으로 6.7%의 요금 인상 요인이 발생했다. 올해는 석탄·석유 가격이 더 크게 올라 연료비 단가 상승분만 연간 2조6천억원에 이른다. 이를 전기요금으로 환산하면 최소 5.5%를 올려야 한다. 그러나 한전은 2006년 이후 연료비 상승분을 단 한 차례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가스 도매 요금도 3월 이후 정부 방침에 따라 동결돼, 상반기 원료비 인상분은 고스란히 가스공사의 적자로 쌓이고 있다. 한전과 가스공사의 올 상반기 연료비 적자 규모는 각각 1조6700억원과 8400억원이다.
이를 정부 예산으로 보전해주는 것은 값싼 요금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보는 에너지 수요자들에게 이중의 혜택을 준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특히 주로 대기업들로 구성된 한전의 ‘산업용’ 수요자들은 전체 판매전력의 52%를 사용하면서도 판매수익에는 45%만 기여한다. 이에 따른 차이만큼 ‘일반용’ 수요자들에게 부담이 전가되고 있다. 원가를 고려하지 않은 이런 ‘용도별 요금체계’를 고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 예산을 통한 일회적인 선심성 적자보전은 재정건전성 악화만을 초래할 뿐이다. 게다가 단기적 물가관리 차원에서 에너지 요금을 묶어두는 것은 언젠가는 더 큰 물가압박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이재명 김태규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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