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00대은행중 83곳, 산업자본 최대주주 지분 4%미만
금산분리 완화 또는 폐지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우리나라가 가장 경직된 금산 분리 제도를 갖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주요 기관들이 조사한 자료를 보면, 이는 사실과 다르다. 오히려 금산분리가 국제기준(글로벌 스탠더드)이라고 할 수 있다.
금융연구원은 지난 14일 펴낸 보고서에서 “세계 100대 은행을 조사해 본 결과 산업자본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우리나라의 산업자본 은행 소유 한도인 4% 미만인 은행이 83개로 대부분”이라며 “4% 이상의 은행지분을 보유한 산업자본들도 대부분 투자회사나 정부계 펀드인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미국은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고, 미국 이외의 다른 나라의 경우에는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금지하는 나라도 있고 그렇지 않은 나라도 있지만 실제로 제조업 등을 영위하는 기업이 은행을 소유한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덧붙였다.
경제개혁연대가 세계 100대 은행 최대주주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최대주주가 은행·보험사 등 금융회사인 곳이 58곳, 공익재단 등이 16곳, 정부·공공기관이 11곳이었다. 또 산업자본이 최대주주인 은행은 9곳이었다. 그나마 산업자본이 최대주주인 9개 은행 중에서도 실제 은행 경영을 지배할 수 있을 정도의 지분을 보유한 경우는 유럽계 은행 4곳에 그쳤다.
이동걸 금융연구원장은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가장 금산분리 규제가 완화돼 산업자본이 은행을 빼고 보험·증권 등 어떤 금융회사도 소유할 수 있다”며 “하지만 글로벌 보험사나 증권사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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