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한나라당이 이명박 대선후보 선출 이후 당의 정체성을 놓고 긴장이 조성되고 있다.

이명박 후보의 당 개혁 예고에 당내 보수파의 반발이 시작된 까닭이다.

영남·보수권의 입장을 대변해온 김용갑 의원은 23일 성명을 내어 “당의 개혁은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추진되어야 하는 것”이라며 “후보 개인의 독단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면 한나라당은 민주공당이 아닌 사당으로 전락한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이명박 후보가 당선 직후 당의 첫 회의에서 당의 색깔부터 바꿔야겠다면서 당의 정체성을 좌측으로 옮기겠다고 하는 것은 그동안 수없이 색깔론에 시달려온 한나라당과 보수세력 등에게 또 다시 가슴에 못을 박는 것”이라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성명에서 “경선과정에서 분열된 당의 화합을 먼저 이끌어 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당의 색깔, 기능부터 검토해야 한다는 것은 당의 화합보다 새로운 갈등을 조장하는 것”이라며 “이로 인해 인적청산, 살생부 등 불필요한 경선후유증을 가중시키는 꼴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요구했다.

이명박 “당의 색깔과 기능 모두 재검토” 당개혁 예고

이명박 후보는 21일 후보 당선 이후 처음으로 참석한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기분으로 (당의) 색깔과 기능면에 있어서 모두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해 당 개혁을 예고한 바 있다.

대선 후보로 당을 실질적으로 지휘하게 될 이명박 후보는 그동안 “여의도식 정치를 바꾸겠다”던 자신의 발언을 대대적인 개혁으로 몰고가, 집단지도체제의 한나라당을 명실상부한 ‘이명박당’으로 환골탈태시킬 것을 후보 선출 1성으로 당내에 알린 셈이다..

이재오 최고위원도 “한나라당이 신뢰받는 정당을 만들려면 고쳐야 할 점은 아픔을 감수하고라도 과감하게 고쳐야 한다”며 이 후보의 발언을 뒷받침했다.

이재오 “한나라당 지난날 과오 반성하고 청산해야” 2선후퇴설 차단

이 최고위원은 이날 아침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한나라당이 옛날 군사정권과 5, 6공을 거치면서 당이 국민에게 잘못했던 과오도 많다. 지난날 과오는 반성하고 청산해야 한다”며 당 개혁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 최고위원은 “당에는 자기의 역할은 하지 않고 남의 역할을 비판하거나 흉을 보는 구태적인 게 있다”며 “중요한 것은 당의 구태스러운 흐름을 청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후보 당선 이후 ‘호가호위’라는 눈총을 받고 있는 이 최고위원은 이날 자신을 향해 불거진 ‘2선 후퇴설’에 대해서도 정면으로 부인했다. 이 최고위원은 이 방송에서 “이 후보 진영에는 최측근이라는 게 없다. 맡은 자리에서 일을 열심히 하면 핵심 측근”이라며 자신을 향한 지적에 정면으로 맞섰다. 이 최고위원은 또 “제게는 1선, 2선이라는 게 없었다. 전선에만 있었을 뿐”이라며 “제 전선이 마감되는 날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는 날”이라고 말해 ‘2선 후퇴설’을 차단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성명] 김용갑-이 후보 색깔 배제론,“안에서 던진 돌이 더 아프다” 김용갑 한나라당 의원. 이 나라 안보보수세력들은 좌파정권 10년 동안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 한미 전시작전통제권조기환수 반대, 북핵 저지 등 수많은 안보 현안에 대해서 좌파정권과 싸워왔다. 안보보수세력들은 좌파정권 종식을 위한 유일한 보수정당인 한나라당을 위해서 많은 성원과 기대를 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한나라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명박 후보가 당선 직후 당의 첫 회의에서 당의 색깔부터 바꿔야겠다면서 당의 정체성을 좌측으로 옮기겠다고 하는 것은 그동안 수없이 색깔론에 시달려온 한나라당과 보수세력 등에게 또 다시 가슴에 못을 박는 것은 아닌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이 후보는 “안에서 던진 돌이 바깥에서 던진 돌보다 더 아프다”는 것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또한 이 후보는 경선과정에서 분열된 당의 화합을 먼저 이끌어 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당의 색깔, 기능부터 검토해야 한다는 것은 당의 화합보다 새로운 갈등을 조장하는 것일 수 있다. 이로 인해 인적청산, 살생부 등 불필요한 경선후유증을 가중시키는 꼴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 후보가 진정으로 당을 화합시키는 것은 몇몇 자리를 배려하는 것이 아니라 아픈 마음을 진정으로 달래주는 것이다. 또 한편, 이 후보가 주장하는 당의 개혁문제도 옳은 지적이긴 하나, 당의 개혁은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추진되어야 하는 것이다. 후보 개인의 독단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면 한나라당은 민주공당이 아닌 사당으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 그동안 한나라당은 끊임없는 혁신과 개혁을 해왔다. 당 대선후보가 여론조사로 결정될 수 있을 정도로 개혁되었고, 그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는 선진정치문화를 정착시키지 않았는가? 당은 기업이 아닌 정치집단이기 때문에 기업의 잣대로 수구나 문제가 많은 조직으로만 보지 말고, 함께 단합해서 승리할 수 있는 힘을 실어주어야 하는 것이 옳은 일이다. 2007년 8월 23일 한나라당 국회의원 김 용 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