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대선자문단 총평
방식은 진일보…내용은 부족했다
당 정책 뒷전…자기 공약만 드러내
당 정책 뒷전…자기 공약만 드러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당내에서 정책과 비전을 토론하는, 투명하고 공개적인 방식은 긍정적이고 과거에 비해 진일보한 것이다. 그러나 정책이나 비전에 대한 깊이 있고 실질적인 토론은 부족했다. 이명박·박근혜 두 후보가 때론 격렬하게 맞붙었지만, 공약의 핵심내용과 실현 가능성을 놓고 치열한 토론을 하진 못했다.”
<한겨레> 대선 자문단이 네 차례의 한나라당 정책토론회를 본 뒤 내린 개괄적인 평가다. 자문단은 정책토론회라는 형식에 대해선 긍정적 평가를 내리면서도, 토론회에서 제시된 한나라당 후보들의 정책 내용과 토론 스타일을 두고서는 매우 비판적인 평가를 내렸다. 한겨레 자문단 10명 중 국외출장 중인 김기원 방송대 교수(경제학)를 제외한 9명이 평가에 참여했다.
이·박-‘성장률 7%’ 너무 높아 실현성 의문
홍·원·고-개혁적이나 재정확보안 불투명
홍-날카로운 질문·유머로 활기찬 토론 주도 ■ 정책 내용=이명박 후보에 대한 비판적 평가가 많았다. ‘지지율 1위 후보’에 걸맞게 토론을 주도하지 못한데다, 대표 정책인 경부운하가 이번 토론회에서 집중적인 공격을 받은 탓이 크다. 이 후보는 경부운하의 필요성을 설득력있게 제기하지 못했다는 평을 받았다. 박근혜 후보는 다양한 정책들을 내놓았으나, ‘ 정책간 유기적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나머지 세 후보는 개혁성은 인정되나 구체적 실천 방안이 부족하다는 점이 지적됐다. 경제·조세 분야에서 최영태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 소장(회계사)은 ‘성장과 복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이명박-박근혜 후보의 정책을 두고 “7%라는 지나치게 높은 성장률을 전제로 하고 있다.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교육 분야에서 송인수 좋은교사운동 대표는 3불정책 유지, 서울대 학부 폐지, 국립대 통폐합 등의 공약을 내건 원 후보에게 후한 평가를 내렸다. 환경 분야에서 조명래 단국대 교수(도시지역계획학)는 이명박 후보의 한반도 대운하에 대해 “환경 훼손과 그에 따른 중장기적 사회경제적 비용을 수반할 수 있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박 후보의 ‘줄푸세’(세금을 줄이고, 규제를 풀며, 법과 질서를 바로 세운다) 정책도 수도권·그린벨트·환경 관련 규제의 완화를 전제한다며, 역시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통일 분야에서 구갑우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홍준표 후보에 대해 “북한을 법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제안은 남북이 평화공존으로 가기 위해 필요한 법적 조치”라며 “홍 후보가 제시한 평화공존과 국익 우선 자주외교는 ‘합리적 보수’의 대안”이라고 평가했다. 여성 정책과 관련해 이주희 이화여대 교수는 “박근혜 후보의 보육정책을 제외하곤, (토론회에서) 눈에 띄는 정책이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며 “유권자의 50%를 차지하는 여성에 대한 무관심과 무시에서 나온 결과”라고 비판했다. ■ 토론 평가=홍준표 후보가 앞섰다는 평이 많았다. 홍 후보는 활기찬 토론과 날카로운 질문, 유머러스한 접근 등으로 이번 토론회를 전반적으로 활기차고 흥미롭게 만들었다. 홍 후보는 한반도 대운하, 신혼부부 주택공급, 북한 국민소득 3천달러 달성 등에서 논리적 공격으로 이명박 후보를 여러 차례 궁지에 몰아넣기도 했다. 박근혜 후보는 적절한 반박자료와 반론 제기 등 충실한 준비와 성실한 자세가 돋보였다는 평을 받았다. 그러나 이 후보는 논리적 대응보다는 감정적 반응과 준비 부족 등이 눈에 띄었다고 여러 대선 자문위원이 지적했다. 박 후보를 향해 “너무 고차원적이라 이해를 못하는 것 같다”, “(박 후보가) 인터넷에서 자료를 구했다”고 단언하거나, 고진화 후보의 예산절감 방안을 묻는 질문에 “안 해 본 사람은 못한다”고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해, 무례하게 비칠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 총평=이번 토론회에서 정당의 기본 정강정책이 뒷전으로 밀리고 후보 개개인의 다양한 스펙트럼의 정책들만 너무 부각된 점은 정책 현실성을 이해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문진영 서강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정당정치가 성숙한 나라에선, 자신이 소속된 정당의 기본 노선과 가치관의 틀 안에서 후보의 비전과 정책을 제시한다”며 “그러나 이번 토론회에선 과연 다섯 후보가 하나의 정당으로 묶일 수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정책적 스펙트럼이 너무 넓었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어느 후보도 한나라당의 정강정책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자신의 공약만을 드러내려 했다. ‘정당정치 강화를 통한 민주주의 정착’과는 거리가 멀다”고 덧붙였다. 구갑우 교수는 고진화 후보가 말할 때 야유가 터져나온 통일외교안보 분야 토론회를 두고 “한나라당 내부의 민주적 성숙도를 의심케 한 사건”이라며 “반대 의견을 경청하면서 포용할 수 있는 능력이 없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권태호 이재명 기자 ho@hani.co.kr
홍·원·고-개혁적이나 재정확보안 불투명
홍-날카로운 질문·유머로 활기찬 토론 주도 ■ 정책 내용=이명박 후보에 대한 비판적 평가가 많았다. ‘지지율 1위 후보’에 걸맞게 토론을 주도하지 못한데다, 대표 정책인 경부운하가 이번 토론회에서 집중적인 공격을 받은 탓이 크다. 이 후보는 경부운하의 필요성을 설득력있게 제기하지 못했다는 평을 받았다. 박근혜 후보는 다양한 정책들을 내놓았으나, ‘ 정책간 유기적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나머지 세 후보는 개혁성은 인정되나 구체적 실천 방안이 부족하다는 점이 지적됐다. 경제·조세 분야에서 최영태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 소장(회계사)은 ‘성장과 복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이명박-박근혜 후보의 정책을 두고 “7%라는 지나치게 높은 성장률을 전제로 하고 있다.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교육 분야에서 송인수 좋은교사운동 대표는 3불정책 유지, 서울대 학부 폐지, 국립대 통폐합 등의 공약을 내건 원 후보에게 후한 평가를 내렸다. 환경 분야에서 조명래 단국대 교수(도시지역계획학)는 이명박 후보의 한반도 대운하에 대해 “환경 훼손과 그에 따른 중장기적 사회경제적 비용을 수반할 수 있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박 후보의 ‘줄푸세’(세금을 줄이고, 규제를 풀며, 법과 질서를 바로 세운다) 정책도 수도권·그린벨트·환경 관련 규제의 완화를 전제한다며, 역시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통일 분야에서 구갑우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홍준표 후보에 대해 “북한을 법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제안은 남북이 평화공존으로 가기 위해 필요한 법적 조치”라며 “홍 후보가 제시한 평화공존과 국익 우선 자주외교는 ‘합리적 보수’의 대안”이라고 평가했다. 여성 정책과 관련해 이주희 이화여대 교수는 “박근혜 후보의 보육정책을 제외하곤, (토론회에서) 눈에 띄는 정책이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며 “유권자의 50%를 차지하는 여성에 대한 무관심과 무시에서 나온 결과”라고 비판했다. ■ 토론 평가=홍준표 후보가 앞섰다는 평이 많았다. 홍 후보는 활기찬 토론과 날카로운 질문, 유머러스한 접근 등으로 이번 토론회를 전반적으로 활기차고 흥미롭게 만들었다. 홍 후보는 한반도 대운하, 신혼부부 주택공급, 북한 국민소득 3천달러 달성 등에서 논리적 공격으로 이명박 후보를 여러 차례 궁지에 몰아넣기도 했다. 박근혜 후보는 적절한 반박자료와 반론 제기 등 충실한 준비와 성실한 자세가 돋보였다는 평을 받았다. 그러나 이 후보는 논리적 대응보다는 감정적 반응과 준비 부족 등이 눈에 띄었다고 여러 대선 자문위원이 지적했다. 박 후보를 향해 “너무 고차원적이라 이해를 못하는 것 같다”, “(박 후보가) 인터넷에서 자료를 구했다”고 단언하거나, 고진화 후보의 예산절감 방안을 묻는 질문에 “안 해 본 사람은 못한다”고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해, 무례하게 비칠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 총평=이번 토론회에서 정당의 기본 정강정책이 뒷전으로 밀리고 후보 개개인의 다양한 스펙트럼의 정책들만 너무 부각된 점은 정책 현실성을 이해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문진영 서강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정당정치가 성숙한 나라에선, 자신이 소속된 정당의 기본 노선과 가치관의 틀 안에서 후보의 비전과 정책을 제시한다”며 “그러나 이번 토론회에선 과연 다섯 후보가 하나의 정당으로 묶일 수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정책적 스펙트럼이 너무 넓었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어느 후보도 한나라당의 정강정책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자신의 공약만을 드러내려 했다. ‘정당정치 강화를 통한 민주주의 정착’과는 거리가 멀다”고 덧붙였다. 구갑우 교수는 고진화 후보가 말할 때 야유가 터져나온 통일외교안보 분야 토론회를 두고 “한나라당 내부의 민주적 성숙도를 의심케 한 사건”이라며 “반대 의견을 경청하면서 포용할 수 있는 능력이 없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권태호 이재명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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