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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현정부 4명째 낙마…인사시스템 대안은?

등록 2005-03-28 19:45수정 2005-03-28 19:45

노무현 대통령 취임 2돌을 맞은 지난달 25일 <한겨레>가 벌인 여론조사에서, 응답자들은 노 대통령의 인사정책에 대해 매우 낮은 점수를 매겼다. 응답자들의 11.4%만이 ‘호전됐다’고 답했고, ‘악화됐다’ 20.8%, ‘불변’ 57.2%였다. 국민의 78%가 ‘현정부의 인사정책이 이전보다 나아진 게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강동석 전 건설교통부 장관을 비롯한 고위공직자 4명의 잇따른 낙마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참여정부는 몇몇 권력 실세들에 의해 인사가 좌지우지되는 과거정권의 폐단을 막기 위해 인사 추천과 검증 기능을 인사수석실과 민정수석실로 분리하고, 청와대 안에 공식 심의기구인 인사추천회의까지 설치했다. 그럼에도 문제가 악화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검증기간 확대·기준 명확히
도덕성 잣대, 법에 명문화
인재 발굴 노력 되살려야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고위공직자 인선에 대한 정부의 잣대와 일반 시민들이 요구하는 도덕적 기준의 괴리를 그 원인으로 꼽는다.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하승창 사무처장은 “이헌재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경우처럼 청와대가 ‘이 사람은 괜찮은 사람인데, 여론몰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른다’는 식으로 대처하면 문제는 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공직자에 대한 시민들의 도덕적 기준은 급속히 변해가고 있다”며 “그 변화를 정부가 하루빨리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흠이 있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거나, ‘인재가 없다’는 등의 변명은 상황만 더 악화시킨다는 얘기다.

시민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대안들은 몇 갈래로 나뉠 수 있다. 우선, 고위공직자 검증 시스템의 체계적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청와대가 주도하는 현재의 인사검증 시스템으로는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기에 역부족이라는 사실은 이미 판명됐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선 검증기간을 늘리고, 검증에 따른 기준을 명확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행정연구원 인적자원센터 박홍엽 박사는 “미국에서는 대통령의 승인 이후 오히려 본인이 참여하는 가운데 본격적인 검증이 시작된다”며 “우리는 대통령이 결재만 하면 끝나는 체제가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장관 한 사람을 임명하는 데 여러 달이 걸리는데, 우리의 경우 짧게는 2∼3일 만에 끝나기도 한다”며 “제대로 검증이 이뤄지지 않는 탓에 장관이 순식간에 날아가고, 곧바로 임명되면서 다시 문제가 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말했다.

고위공직자의 도덕성 세부 잣대를 구체화하고 명문화하는 것도 유력한 대안의 하나다. 윤태범 한국방송통신대 행정학과 교수는 “현재의 인사검증 시스템에서는 위법은 아니더라도 직무와 관련해 도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안들을 체계적으로 검증할 기준이 없다”며 “공직자윤리법을 전면 개정해 이를 명문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공직후보자 임용에 앞서 부동산, 주식 등의 재산이나 과거 경력 등이 앞으로의 직무와 충돌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절차, 곧 ‘이해충돌’ 여부에 대한 확인 절차가 자리잡고 있다. 심사를 통해 이해충돌이 확인될 경우 본인이 스스로 포기하거나, 문제된 주식이나 부동산을 처분하는 등 이해충돌의 해소가 이뤄져야만 청문회의 임명동의를 받을 수 있다. 한국에서는 이런 절차가 없는 탓에 임용 당사자들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데 언론에 재수없이 당했다”는 등의 항변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청와대나 정부가 모든 것을 검증할 수는 없다”며 “부패방지위에 총괄적인 인사검증 권한을 주어 이해충돌 여부 등에 대한 종합적인 심사를 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사 난맥상을 극복하기 위한 또다른 시사점은 인재를 찾는 길을 새롭게 개척하는 것이다. 하승창 사무처장은 “현정부 초기 김두관·강금실 장관 등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인재발굴 시도가 있었지만 최근 이런 흐름이 뚜렷이 후퇴하고 있다”며 “정부가 변화된 기준에 맞는 사람을 찾으려는 노력이 부족한 것인지, 아니면 정말 사람이 없는 것인지를 분명히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기철 기자 kcbae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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