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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꿈틀대는 범여권 재편 시나리오

등록 2007-06-07 11:00수정 2007-06-07 11:47

우리당 초재선 선도탈당…중진.주자군 후발 합류
우리-통합민주-제3지대로 삼분…이합집산 본격화

열린우리당 초.재선 의원 20여 명이 이르면 8일께 집단탈당을 결행할 것으로 알려져 범여권의 이합집산이 급물살을 타게 될 전망이다.

열린우리당내 대통합파 의원들이 실현이 어려운 당 해체보다는 집단탈당으로 가닥을 잡고 시점을 최대한 앞당겨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열린우리당은 현 당 지도부의 통합비상대권 종료 시한인 14일 이전에 사실상 와해될 상황에 처했다.

이에 따라 범여권은 금명간 민주당과 중도개혁통합신당이 창당에 합의한 `통합민주당'과 이미 우리당을 탈당한 무소속 의원들과 추가탈당파가 형성할 `제3지대', 친노세력을 주축으로 하는 잔류 열린우리당 등 3개 정파로 분화될 전망이다.

또 `배제론'의 장벽이 사실상 제거됐기 때문에 통합민주당과 제3지대 양측은 곧바로 대통합 추진기구 구성을 모색할 것으로 보여 분화와 동시에 대통합 추진 움직임이 구체화되는 복잡한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통합신당 김한길 대표가 7일 초.재선 의원들의 선도탈당 움직임을 `기획탈당'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서 주도권 경쟁으로 인한 진통을 예고했다.

◇우리당 탈당 도미노 = 우리당 재선그룹, 초선모임인 `처음처럼', 초선들이 주축인 국민경선추진모임은 이르면 8일께 선도탈당해 이미 탈당을 결행한 천정배 정성호 이강래 노웅래 전병헌 의원 등과 함께 `제3지대'를 형성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이들은 탈당후 독자정당 창당을 추진하지는 않는다. 대신 대통합국민운동협의회와 국민경선추진기구의 구성을 범여권에 제안해 민주당 일부 의원들도 당적을 가진 채 참여토록 하고, 시민사회세력의 동참도 유도한다는 생각이다.


선도탈당을 주도하고 있는 임종석 의원은 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끼리 독자정당을 하겠다는 것은 전혀 아니다"면서 "제3지대로 나가서 대통합을 위한 연대를 추진하는 것과 국민경선추진기구를 만들어 하나의 공간에서 대선후보를 뽑자는 것이 가장 중요한 두 축"이라고 밝혔다.

선도탈당에는 임종석 정장선 안영근 김부겸 의원 등 재선그룹과 우상호 우원식 이목희 의원 등 초선그룹 20-30명 정도가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고, 이날 오전과 오후 다각적인 비공개 회동과 접촉을 갖고 탈당 시기와 방식, 규모 등을 최종 조율하기로 했다.

15일 탈당을 공언했던 정대철 상임고문과 문학진 의원 등도 행동을 같이 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고, 당직을 맡고 있는 송영길 사무총장과 최재성 대변인 등도 합류할 가능성이 있어 선도탈당 규모는 더 커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초.재선 그룹 중 다수는 문희상 유인태 의원 등 중진그룹들은 추후에 합류하고, 김근태(金槿泰) 정동영(鄭東泳) 전 의장 등 대선주자군은 중진들보다 더 늦게 탈당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함께 탈당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재성 의원은 "제3지대를 만들고 선도탈당하는 과정에서 대권주자들의 영향이 미미하게 있다고 하더라도 임의로 강조되는 인상은 좋지 않다"며 "선수들이 규칙을 정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초.재선들이 먼저 나가서 주도해야 한다"고 말했고, 문학진 의원도 "아무래도 초.재선 등 몸이 가벼운 사람들이 먼저 나가고 대선주자, 중진 등 몸이 무거운 사람들은 조금 나중에 나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열린우리당 홍재형 최고위원 등 충청권 의원 12명도 오는 14일 이후 탈당을 결행한다는 데 상당한 의견 접근을 이뤄 추후 합류가 예상된다. 홍 최고위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대통합신당쪽으로 움직이기로 했고, 탈당 문제는 14일 이후가 되면 자연스럽게 행동을 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탈당 도미노가 일단 시작되면 이달 중 60-70명 가량의 의원들이 탈당하고 열린우리당은 친노그룹과 비례대표 등 40명 안팎으로 왜소화될 전망이다.

◇대통합 추진과 주도권 경쟁 = 선도탈당을 서두르고 있는 초.재선 그룹은 탈당과 동시에 `대통합국민운동협의회' 구성을 제안한다는 방침이다. 우리당 탈당의원들과 통합민주당, 시민사회세력을 아우르자는 것으로 최근 민주당 장 상(張 裳) 전 대표의 제안과 명칭은 물론 내용이 같다.

민주당 박상천 대표 역시 지난달 9일 기자회견을 통해 `중도개혁세력통합추진협의회(중추협)' 구성을 범여권에 제안해 놓은 상태여서 우리당의 추가 집단탈당이 시작되면 곧바로 대통합 논의기구 구성 문제가 현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그러나 대통합기구 주도권, 구성 방식, 참여 대상, 시기 등을 놓고 세력간 힘겨루기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여 진통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 통합신당 김한길 대표는 이날 "여권 한편에서 큰일날 일이 벌어지고 있다.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기획신당 창당이 그것"이라며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틀에 갇힌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지휘 아래 일부 의원이 탈당해 몇몇 비정치권 인사를 앞세워 여기에 열린우리당이 추가로 동참한다는 시나리오가 진행중이며, 이는 노무현 프레임이자 열린우리당 재창당이며 대표적인 반(反)통합 행태"라고 비난했다.

범여권 대선후보를 선정하는 절차를 놓고 대선 막판 범여권 후보단일화 노선과 선(先) 통합-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를 통한 단일후보 선출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점은 한층 심각한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민주당 박 대표는 일단 중도개혁 노선에 동의하는 세력을 중심으로 통합을 달성한 뒤 후보를 선출하고, 대선을 앞둔 오는 10,11월께 여타 범여권 정파의 후보들과 단일화를 시도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반면 열린우리당 초재선 의원들이 탈당을 서두르는 이유는 범여권 세력분화가 고착화되기 이전에 제3지대를 중심으로 대통합을 이뤄 하나의 공간에서 국민경선을 치르고 후보를 뽑는 그림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양측간 엇갈리는 시간표를 짜맞추기가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친노그룹 진로 =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집단탈당 움직임이 대세로 굳어지면서 친노그룹 역시 진로를 분명히 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탈당 규모에 따라 우리당은 40-50석 정도로 축소되고, 더욱이 거취가 자유롭지 않은 비례대표 의원 23명이 포함된 점을 감안하면 잔류 열린우리당의 지역구 의석 수는 20명 안팎에 불과하게 된다.

친노그룹 의원들 중에서도 대통합 흐름에 합류할 세력과 끝까지 당을 사수할 의원들로 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처럼 위기에 몰린 친노그룹의 진로를 결정할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이해찬(李海瓚) 한명숙(韓明淑) 전 총리 등 이른바 친노성향 대선주자들의 선택이다. 독자적으로 선출할 후보군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당의 존립 문제와 직결돼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당밖에 대기중인 `참여정부 평가포럼' 등 지원군이 가세하면 노 대통령의 노선과 명분을 강화할 수는 있겠지만, 현실정치에서의 세력 확대에는 결정적인 변수가 되지는 못한다.

이 전 총리는 일단 당을 지키고 대통합에 합류하더라도 맨 나중에 할 것이라는 입장이 비교적 확고한 반면 한 전 총리는 아직 방침을 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한 전 총리는 6일 오전 정동영 전 의장과 만나 대통합의 기본 취지에 공감했다고 정 전 의장측이 전했다.

친노성향 한 의원은 "이해찬 전 총리가 왜 탈당하느냐. 그런 일 없다"며 이 전 총리의 탈당 가능성을 일축한 뒤 "이해찬 한명숙 전 총리가 대통합신당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하는 것은 개별적인 탈당을 통해서 하겠다는 것과는 거리가 먼 얘기다. 대통합신당이 당내에서 질서있게 논의된다면, 그래서 제3지대 신당과 열린우리당의 합당을 통한 신당이 이뤄진다면 찬성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우리당 지도부는 소속의원들의 집단탈당 움직임을 강하게 비판하지 않았다.

정세균(丁世均) 의장은 당 통합추진위 회의에서 "나는 누차 대통합을 이룩하는 데 도움되는 방향으로 나간다면 적극 지원하고, 그렇지 않으면 지원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천명해왔다"며 "제3지대 추진에 합치하는 어떤 노력도 배제, 제지할 생각이 없지만 이런 노력에 맞아야 할 것"이라며 완곡한 당부에 그쳤다.

맹찬형 기자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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