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2일 오전 강재섭 대표의 당 쇄신안을 받아들이겠다는 기자회견을 한 뒤 서울 염창동 당사를 방문해 강 대표와 만나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이명박 ‘강재섭 쇄신안’ 수용
“언론에서는 ‘봉합’이라고 하는데 어영부영 넘어가서 대표 자리에 연연할 생각 없습니다.”(강재섭 한나라당 대표)
“봉합이라는 말은 좀 잘못된 것 같아요. 지금 얼렁뚱땅 넘어가는 게 아니고, 저도 그렇게 생각 안 해요.”(이명박 전 서울시장)
2일 오전 서울 염창동 한나라당사 대표실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이 전 시장의 ‘강재섭 대표 체제 유지’ 기자회견 직후 이뤄진 면담에서 두 사람은 “치열한 개혁을 해야 한다”(강 대표), “제대로 잘 해주세요”(이 전 시장)라며 마음을 모았다.
4·25 재보선 참패 이후의 내분 사태가 이 전 시장 기자회견을 계기로 7일 만에 급속도로 수습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당내에는 “지금부터 8월 대선 후보 경선 때까지가 더 문제”라는 시각이 많다. 한나라당이 곧바로 착수하게 될 임명직 당직 개편, 공석인 두 최고위원 선출, 사고 당원협의회(옛 지구당) 정비, 대선 후보 경선관리위원회·후보 검증위원회·네거티브 감시위원회 구성 등이 모두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첨예하게 맞붙을 수밖에 없는 사안들이기 때문이다. 4일 강재섭-이명박-박근혜 3자 회동에서 이런 문제들이 언급되겠지만, 당장 해법이 나올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특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대선 후보 경선 규정 정비는 눈앞의 불씨다. 당장 이 전 시장은 2일 기자들과 만나 “오픈 프라이머리(완전 국민참여경선제)는 무리지만, 현 제도로 하면 당원과 국민 반영 비율이 실제로는 7 대 3이 된다. 오픈 프라이머리의 정신을 살려 국민 참여 비율이 50%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실질 반영 비율을 올려 민심을 더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박근혜 전 대표 쪽의 최경환 의원은 “경선 규정 얘기를 꺼내는 것은 화합하자는 게 아니고 더 싸우자는 것이다. 재론할 여지가 없다”고 발끈했다.
후보 검증을 놓고도 이 전 시장 쪽의 정두언 의원은 “검증을 빙자한 네거티브가 너무 심하다”고 주장한 반면, 박 전 대표 쪽의 김재원 의원은 “당 주도로 철저히 검증해서 본선에서의 무자비한 폭로공세에 대비해야 마땅하다”고 맞섰다.
당에서는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 쪽의 갈등이 일정 기간 잠복기를 거쳐 더 노골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 전 시장 쪽이 강재섭 대표의 중립성에 의문을 거두지 않고 있는데다, 지도부 잔류를 결심한 이 전 시장 쪽의 이재오 최고위원이 목소리를 키워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이 전 시장도 기자회견에서 “당을 철저히 개혁해야 하고 부패와 비리에서 자유로워야 한다”며 ‘자기 쇄신’을 강조해, 강 대표의 쇄신안에 에둘러 불만을 드러냈다.
박 전 대표 쪽은 이 전 시장의 ‘더 많은 쇄신’ 요구에 대해 향후 지도부 흔들기의 명분으로 삼으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품고 있다. 양쪽이 맞붙으면 강 대표는 또다시 지도력 위기를 맞게 된다. 이번 사태는 당 지도부가 두 유력 주자를 제어할 힘을 잃었다는 걸 보여줬다. 오히려 두 유력 주자의 뜻에 따라 당은 중심 없이 언제라도 흔들릴 수 있다. 한 의원은 “폭탄은 제거했지만 온갖 지뢰들이 묻혀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황준범 조혜정 기자 jaybee@hani.co.kr
‘한나라 내분’ 핵심4명 대차대조표 ‘상처뿐인 봉합.’ 4·25 재보선 참패 이후, 1주일을 끌어온 한나라당 분란은 2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기자회견으로 ‘봉합’되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한나라당은 ‘사실상 두 나라당’이라는 속살과 선거 패배 한 번에 당 전체가 휘청이는 허약한 체질을 그대로 노출하고 말았다. 50%를 넘나들던 당 지지율이 며칠 만에 30%대까지 추락하는 현상도 당을 긴장하게 하고 있다. ‘한나라당 분란’의 막전막후 4인방인 이명박 전 시장, 박근혜 전 대표, 강재섭 대표, 이재오 최고위원 모두 ‘득’보단 ‘실’이 더 커 보인다. 이명박 폼은 나는데, 얻은 게 없다 비장한 모습으로 기자회견 단상에 나서 사태를 일단락 짓는 ‘해결사’ 모습을 보여줬다. 이재오 최고위원의 사퇴를 막고, 캠프 내 강경세력을 도닥이는 등 ‘양보의 미덕’을 보여 통 큰 모습으로 비칠 수도 있다. 그러나 누구나 이를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생각하지, ‘순수한 양보’라 생각하지 않는다. 게다가 ‘한 발 양보’ 하면서 이 전 시장에게 유리한 ‘오픈프라이머리’ 논의를 확산시키지도 못했다. ‘당심’을 잡기 위해 양보했는데, 정작 당원들에게 “당을 깰 수 있다”는 불안감을 심어준 것도 좋지 않다. 박근혜 겉으로 남고, 뒤로 밑졌다 늘 그렇듯 한 치도 흔들리지 않았다. 이는 양날의 칼이다. 박 전 대표 캠프는 “원칙을 지켰다”고 주장하나, 한편으론 “양보는 없다”는 이미지를 굳혔다. 강재섭 대표 사퇴론에 “당을 쪼개자는 거냐”며 강한 ‘애당심’을 보였지만, 이는 ‘강 대표=박근혜 사람’ 이미지를 더 강화시키는 효과도 낳았다. ‘지도부 사퇴=분당’이라는 논리를 너무 강조해 ‘변화를 싫어하는 수구적’ 한나라당 전통 이미지에 갇혀버렸다. 기존에 합의된 경선 규정을 일단 지켜내는데 성공했다. 강재섭 리더십 잃고 무기력한 대처 지금까지 ‘부드러운 리더십’을 강조해왔는데, ‘부드러움’만 남았다. ‘중심모임’ 대표인 맹형규 의원은 “(강 대표는) 살아도 산 게 아니다.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도 이 전 시장이 마무리짓기 전까지 강 대표는 두 대선 주자와 이재오 최고위원의 ‘결단’만 무작정 기다리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매일 마주보는 지도부로부터 단매를 맞는 수모도 겪었다. 앞으로도 강 대표는 중요 사안은 대선 주자들의 ‘도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이재오 지도부가 심판자, 모순빠져 같이 책임져야할 지도부 일원이 ‘심판자’ 역할을 자처했다. ‘몽니’를 부리는 모습은 국민들에게도 좋은 모습으로 비쳐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 전 시장 캠프 안에서 ‘통제가 어려운 사람’이란 인상을 심어준 것이 앞으로 어떤 결과를 낳을 지 알 수 없다. 다만, 분란 와중에서 이 전 시장이나 강 대표 등과 떨어져 독자적인 영역을 갖는 정치인이란 이미지를 심어준 것이 득이라면 득이다. 권태호 기자, 부산/이유주현 기자 ho@hani.co.kr
‘한나라 내분’ 핵심4명 대차대조표 ‘상처뿐인 봉합.’ 4·25 재보선 참패 이후, 1주일을 끌어온 한나라당 분란은 2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기자회견으로 ‘봉합’되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한나라당은 ‘사실상 두 나라당’이라는 속살과 선거 패배 한 번에 당 전체가 휘청이는 허약한 체질을 그대로 노출하고 말았다. 50%를 넘나들던 당 지지율이 며칠 만에 30%대까지 추락하는 현상도 당을 긴장하게 하고 있다. ‘한나라당 분란’의 막전막후 4인방인 이명박 전 시장, 박근혜 전 대표, 강재섭 대표, 이재오 최고위원 모두 ‘득’보단 ‘실’이 더 커 보인다. 이명박 폼은 나는데, 얻은 게 없다 비장한 모습으로 기자회견 단상에 나서 사태를 일단락 짓는 ‘해결사’ 모습을 보여줬다. 이재오 최고위원의 사퇴를 막고, 캠프 내 강경세력을 도닥이는 등 ‘양보의 미덕’을 보여 통 큰 모습으로 비칠 수도 있다. 그러나 누구나 이를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생각하지, ‘순수한 양보’라 생각하지 않는다. 게다가 ‘한 발 양보’ 하면서 이 전 시장에게 유리한 ‘오픈프라이머리’ 논의를 확산시키지도 못했다. ‘당심’을 잡기 위해 양보했는데, 정작 당원들에게 “당을 깰 수 있다”는 불안감을 심어준 것도 좋지 않다. 박근혜 겉으로 남고, 뒤로 밑졌다 늘 그렇듯 한 치도 흔들리지 않았다. 이는 양날의 칼이다. 박 전 대표 캠프는 “원칙을 지켰다”고 주장하나, 한편으론 “양보는 없다”는 이미지를 굳혔다. 강재섭 대표 사퇴론에 “당을 쪼개자는 거냐”며 강한 ‘애당심’을 보였지만, 이는 ‘강 대표=박근혜 사람’ 이미지를 더 강화시키는 효과도 낳았다. ‘지도부 사퇴=분당’이라는 논리를 너무 강조해 ‘변화를 싫어하는 수구적’ 한나라당 전통 이미지에 갇혀버렸다. 기존에 합의된 경선 규정을 일단 지켜내는데 성공했다. 강재섭 리더십 잃고 무기력한 대처 지금까지 ‘부드러운 리더십’을 강조해왔는데, ‘부드러움’만 남았다. ‘중심모임’ 대표인 맹형규 의원은 “(강 대표는) 살아도 산 게 아니다.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도 이 전 시장이 마무리짓기 전까지 강 대표는 두 대선 주자와 이재오 최고위원의 ‘결단’만 무작정 기다리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매일 마주보는 지도부로부터 단매를 맞는 수모도 겪었다. 앞으로도 강 대표는 중요 사안은 대선 주자들의 ‘도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이재오 지도부가 심판자, 모순빠져 같이 책임져야할 지도부 일원이 ‘심판자’ 역할을 자처했다. ‘몽니’를 부리는 모습은 국민들에게도 좋은 모습으로 비쳐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 전 시장 캠프 안에서 ‘통제가 어려운 사람’이란 인상을 심어준 것이 앞으로 어떤 결과를 낳을 지 알 수 없다. 다만, 분란 와중에서 이 전 시장이나 강 대표 등과 떨어져 독자적인 영역을 갖는 정치인이란 이미지를 심어준 것이 득이라면 득이다. 권태호 기자, 부산/이유주현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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