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에 국회 통과…2007년 7월 시행
비정규직법이 30일 2년여 간의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해 내년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어서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사회 안전망의 테두리 안에 들어오게 됐다.
비정규직의 차별해소와 남용규제 방안 등을 골자로 한 비정규직법이 처리됨에 따라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 사회통합과 경제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해 왔던 비정규직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 등이 집요하게 요구했던 기간제(계약직) 사용사유제한 도입(특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등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비정규직법을 둘러싼 노사정간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비정규직법 처리 의미 = 기간제 근로자 등에 대한 차별금지를 명문화한 비정규직법은 외환위기 이후 그 수가 급증하면서 사회 양극화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비정규직을 법의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여 부당하게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비정규직 근로자 수는 2001년 360만명(8월 기준) 수준에 그쳤으나 2002년 383만명, 2003년 460만명, 2004년 539만명, 2005년 548만명으로 급증했고 올해는 545만7천명(전체 임금근로자의 35.5%, 노동계 추산 850여만명)으로 소폭 감소했다.
비정규직의 급증은 기업들이 정규직보다 저렴한 인건비에 고용조정이 쉽다는 이유로 비정규직 채용을 무분별하게 늘린데다 정부가 비정규직의 무분별한 채용을 억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못한데 따른 것이다.
이 과정에서 비정규직은 월평균 임금(119만8천원)이 정규직(190만8천원)의 62.8% 수준에 그치는 등 근로조건과 복지 등에서 큰 차별을 받아왔다.
노동부 관계자는 "비정규직법이 시행되면 비정규직과 정규직 등 근로계층간 양극화를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법 시행 과정에서 문제점이 일부 드러난다면 노동계 등과의 협의를 거쳐 법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비정규직법 주요 내용 = 비정규직법은 기간제와 파견 근로자 등 비정규직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금지토록 명문화하고 노동위원회를 통한 시정이 가능하도록 했다.
실례로 취업규칙 등에 의해 동일한 자격이나 학력을 가지고 동일 직무를 수행하는데도 비정규직에 대해 낮은 임금을 지급하거나 정규직에 대해서는 유급 휴일을, 비정규직에는 무급 휴일을 적용하는 행위 등이 차별적 처우로 규정되고 근로자가 차별 시정을 신청하면 사용자가 차별 여부를 입증해야 한다.
또 기간제 근로자의 경우 2년 동안은 제약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되 사용 기간이 총 2년을 초과하면 무기근로계약으로 간주해 사실상 정규직화하도록 했다.
현재는 근로계약 기간이 최장 1년으로 제한돼 있으나 사업주가 근로계약을 반복해 갱신하는 방법으로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기간에 대한 제약없이 사용하고 있어 비정규직 확산을 초래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파견 근로자에 대해서는 2년을 초과해서 사용할 때는 사용사업주에게 직접 고용의무를 적용하고 불법파견시에도 사업주에게 고용의무를 부과토록 했다.
단시간근로자에 대해서도 법정 근로시간(주당 40시간 또는 44시간) 이내라도 초과근로시간이 1주일에 12시간을 넘기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단시간 근로를 남용할 수 없도록 했다.
아울러 사업주가 차별시정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1억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불법 파견시 사용사업주에 대한 형량을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형에서 3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상 벌금형으로 강화했다.
비정규직법은 당초 2007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법안 처리 지연으로 2007년 7월로 시행시기가 늦춰졌고 차별시정 조항은 중소기업의 부담을 감안 ▲ 300인 이상 기업과 공공부문은 2007년 7월 ▲ 100∼299인 기업 2008년 7월 ▲ 100인 미만 기업은 2009년 9월부터 적용된다.
◇ 양대 노총 반응 `엇갈려' = 민주노총 우문숙 대변인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를 진정으로 보장하는 것은 비정규직을 철폐하는 것"이라며 "사용사유제한 도입이 반영되지 않은 이번 법안은 비정규직을 합법화하고 확산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 대변인은 또 "열리우리당과 한나라당은 대권획득을 위한 정치적 계산에 의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를 외면하고 비정규직 확산법을 처리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정길오 한국노총 대변인은 "한국노총이 최종적으로 요구했던 입법내용에는 다소 못미치지만 비정규직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법안이 통과된 것은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정 대변인은 "한노총은 당초 불법파견의 경우 즉시 고용 의무를 주장했으나 파견기간 2년 초과시 고용의무를 적용한다는 식으로 정리됐다"며 "법안이 시행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노사정으로 구성된 실태조사위원회를 구성해 2단계 입법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영복 기자 youngbok@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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