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7대 요구사항’제시…모두 저소득 지원안 ‘딴죽걸기’
열린우리당과 재계와의 ‘서민경제 회복’ 정책간담회가 재계의 ‘민원 해결 창구’로 전락하는 양상이다.
재계는 8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회장 이수영)를 방문한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 일행에게 각종 민원사항들을 새롭게 쏟아냈다. 이날 경총은 이른바 ‘7대 요구사항’을 제시했는데, 한곁같이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저소득 취약계층 지원방안에 ‘딴지’를 거는 내용들이다.
이날 재계가 여당에 ‘신중한 접근’을 요구한 사항들 가운데 정년연장 및 연령차별 금지법안은 고용에서의 나이차별 금지를 법제화하려는 것으로, 정부가 올해 안에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노인수발보험 제도는 치매나 중풍 등 노인성 질환으로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혼자 살기 어려운 노인에게 간병이나 간호, 수발, 목욕, 재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적 보험제도로 이미 시범사업을 벌이고 있다.
또 배우자 출산간호 휴가제는 출산여성의 남편이 3일 동안 출산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며, 특수형태근로 종사자 보호대책은 이른바 ‘반쪽 근로자’인 골프장 경기보조원(캐디), 학습지 교사, 보험설계사, 레미콘 기사 등 4개 직종의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의 기초권익 보호를 위한 입법안이다.
이들 요구사항은 지난달 31일 김 의장이 대한상공회의소를 방문했을 때 나왔던 재계의 11개 요구사항에도 포함되지 않았던 것들이다. 김 의장이 깔아준 ‘멍석’에 재계가 마냥 ‘민원 보따리’만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이동응 경총 전무는 “정년연장 문제와 4인 이하 사업장 근로기준법 확대 등은 영세사업장의 어려움을 감안해 신중하게 접근해 달라는 것”이라며 “기업투자 활성화를 위해 이런 규제가 완화돼야 일자리 창출도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쪽은 재계의 이런 민원성 요구에 못마땅한 기색이 역력하다. 간담회에 참석했던 우원식 열린우리당 사무부총장은 “이날 회의에서 우리가 재계한테 민원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여당이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경영권 방어제도 개선 등의 재계 요구를 수용하면 재계도 투자 활성화, 하도급 관행 개선, 취약계층 보호대책 등의 양보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기철 기자 kcbae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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