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더불어민주당이 1일 22대 총선의 밑그림을 그릴 총선기획단 인선을 발표했다. 계파 간 갈등이 잠복한 상황에서 비주류가 받아들일 ‘탕평 인사’가 핵심이란 지적이 제기돼 왔으나, 공개된 인사들의 면면에서 지도부의 통합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 뒤 브리핑에서 “당헌·당규상 15명까지 임명할 수 있는 총선기획단 가운데 13명을 구성했고 2명을 추후에 임명할 예정”이라며 “총선기획단은 내년 총선에 임하는 민주당의 지향성과 방향성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임명된 13명의 위원 가운데 단장을 맡은 조정식 사무총장을 포함한 8명은 정태호(민주연구원장)·김성주(정책위 수석부의장)·한병도(전략기획위원장)·김병기(수석사무부총장)·한준호(홍보위원장)·이재정(전국여성위원장)·전용기(전국청년위원장) 등 당직을 맡아 당연직으로 포함된 현역 의원들이다. 이 때문에 당내 관심이 쏠린 건 추가로 임명된 위원들의 면면이다. 5명의 위원에는 비례대표인 의사 출신 신현영 의원, 최택용 부산 기장 지역위원장, 박영훈 당 청년미래연석회의 부의장, 장현주·장윤미 변호사가 이름을 올렸다. 권 수석대변인은 “장윤미·장현주 변호사, 박영훈 부의장은 청년과 여성 눈높이에서 민주당이 가야할 길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미래지향적 총선 기조에 역할을 할 거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인선은 21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이해찬 대표가 꾸린 총선기획단 수준에도 못 미친단 평가가 나온다. 당시 민주당은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장을 기획단에 포함해 여성 대표성을 강화했고, 당내에서 ‘미운 털’이 박힌 금태섭 전 의원을 앞세워 비주류를 대변했다. 청년을 대변할 프로게이머 출신 황희두씨를 영입한 것도 당시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반면 이번 총선기획단 인선에선 뚜렷한 통합이나 혁신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특히 당연직 외 위원들 가운데서도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임기 중 서울시 정무수석을 지낸 최택용 부산 기장 지역위원장은 친명 색채가 두드러진다. 최 위원장은 지난 9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 처리 과정에서 가결표를 찍은 의원들을 겨냥해 “검찰독재 부역자들”이라고 비난하며 “당내 청소에 나서자”고 주장했다. 장현주 변호사와 장윤미 변호사는 주로 시사프로그램 방송 패널로 활동해온 인사들이고, 박영훈 부의장은 달리 계파색이 없는 청년 몫 원외 인사다. 신현영 의원의 경우 계파색이 옅고 당내에서 보건·의료 분야 의제설정에 앞장서온 면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만, 이태원 참사 당시 ‘닥터카 이용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당내의 한 비주류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총선기획단 구성에서도 향후 총선에서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드는 게 목표라는 점이 분명해졌다”고 평가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강재구 기자 j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