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시정연설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국회 상임위원장단 및 여야 원내대표와의 오찬에서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논란의 종지부는 이제 대통령께서 직접 찍어주셔야 할 때가 됐다.”(김민기 국회 국토교통위원장) “여성가족부 폐지를 위해서 장관 하려는 사람을 여가부에 보내지 말라.”(권인숙 여성가족위원장) “양대노총을 만나시라.”(박정 환경노동위원장) “대통령실 공직자 (자녀) 학폭 의혹을 빠른 시일 내에 해소해달라.”(김철민 교육위원장)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은 31일, 윤 대통령을 만난 야당 상임위원장들은 일제히 쓴소리를 내놨다.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 직후 열린 여야 원내대표·상임위원장단 간담회에서 김건희 여사 일가의 땅이 위치한 ‘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특혜 의혹’을 비롯해 ‘김승희 전 대통령실 의전비서관 자녀 학폭 의혹’까지 각 상임위별로 그간 풀지 못한 현안 관련 발언을 작심한듯 윤 대통령 면전에 쏟아낸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같은 지적이 나오는 동안 별다른 언급 없이 야당 의원들의 발언을 들었다고 한다.
간담회에 참석한 김민기 국토교통위원장은 양평 고속도로 의혹과 관련해 윤 대통령에게 ‘김건희 여사’를 거명하며 “논란의 종지부는 이제 대통령께서 직접 찍어주셔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고 한다. “십수년간 한결같이 종점이 지금의 원안인 ‘양평군 양서면’이었는데 작년 5월, 국토부는 느닷없이 종점부를 강상면으로 바꿔버렸다. 하필 바뀐 종점부 근처에 김건희 여사 일가의 상당량의 땅이 있었고, 특혜를 주기 위해 종점부 노선을 변경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라고 말했다는 설명이다. 이어 그는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특별법’과 관련해서도 “‘선 구제 후 구상권 청구 도입’ 등 제도 보완을 위해 국토교통부가 적극적으로 보완 입법에 협조하도록 당부해 달라”고 밝혔다.
여가위원장을 맡은 권인숙 의원은 “여가부 장관을 폐지하겠다고 하는 사람을 장관으로 임명하지 말라. 여가부를 폐지하겠다는 태도를 바꿔라”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국가보훈부를 피감기관으로 둔 백혜련 정무위원장은 “홍범도 장군과 관련해 보훈부와 국방부가 엇박자를 내고 있다. 대통령께서 정리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고, 김철민 교육위원장은 “대통령실 관계자의 (자녀) 학폭 연루 의혹과 관련해, 조기에 진상을 규명하고 밝힐 건 밝히고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 입장에선 하나같이 ‘불편한 현안’들이다.
김교흥 행정안전위원장은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 손을 한 번 잡아주시면 그 분들 가슴이 봄 눈 녹듯이 녹을 것”이라며 ‘이태원 참사 유족들을 만나고 참사 책임자들에게 책임을 지워달라’고 조언했다. ‘의대 증원’·‘연금개혁’ 등 현안이 즐비한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신동근 의원도 “이해관계자가 많고 사회적 저항이 있을 수밖에 없는 의제들인데 소통 노력이 부족하다. 여야를 떠나 미래세대를 위해서 같이 소통해 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상임위원장들과의 간담회를 마치고 오찬을 시작하면서 윤 대통령은 “여러분들이 간담회 때 하신 말씀은 제가 다 기억했다가 최대한 국정에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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