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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1.83%’ 성적에 기로 선 ‘이정미 체제’…정의당 어디로 가나

등록 2023-10-12 16:33수정 2023-10-13 11:32

이정미 정의당 대표와 권수정 정의당 서울 강서구청장 후보가 10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 선거 유세를 벌이고 있다. 정의당 제공
이정미 정의당 대표와 권수정 정의당 서울 강서구청장 후보가 10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 선거 유세를 벌이고 있다. 정의당 제공

정의당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에서 득표율 1%대의 초라한 성적을 거두면서 거센 후폭풍에 직면했다. 당내에서는 선거를 이끈 이정미 대표에 대한 사퇴 요구와 함께 재창당 방향 자체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권수정 정의당 강서구청장 후보는 전날 선거 개표 결과 1.83%(4451표)를 득표해 3위를 차지했다. 3∼5%(한국갤럽 주간조사 기준)대의 정의당 여론조사 지지율에 미치지 못할 뿐 아니라, 지난 20대 대선에서 심상정 당시 정의당 대선후보가 얻은 2.37% 득표율보다도 저조한 결과다. 권혜인 진보당 후보에 비해서도 겨우 0.45%포인트 앞선 득표율로 진보1당의 입지마저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당장 당내에서는 선거를 이끈 이정미 대표의 거취 문제가 거론됐다. 이정미 대표는 12일 열린 상무집행위원회 모두발언에서 “이번 선거패배의 책임은 선거를 이끈 당 대표에게 있다. 당을 다시 살리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안을 강구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비공개 회의에서는 이정미 대표가 “모든 것을 열어놓고 책임지겠다”고 하자 몇몇 고위 당직자들이 “사퇴를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이 대표는 13∼14일 이틀에 걸쳐 의원단 회의, 시도당위원장 연석회의를 연달아 열어 향후 대응방안에 대한 의견을 모을 예정이다.

정의당 안에서는 이번 참패가 “현재 정의당의 실력대로 성적표를 받은 것”(지도부 관계자)이라는 냉정한 평가가 나온다. 정의당은 선거 초반 녹색당과의 선거 연대를 추진했으나 결과적으로 불발됐고, 이후 눈에 띄는 행보를 보여주지 못한 채 선거전을 마무리했다. 한 당 관계자는 “대선 이후 형성된 ‘윤석열-이재명’ 대리전 구도를 깰만한 자기 혁신과 세력 확장이 없었던 것이 처참한 결과로 돌아온 것”이라며 “이번에 정의당은 선거가 아니라 선거운동만 했다”고 꼬집었다.

녹색·노동·다당제 연합정치를 내세운 이정미 대표의 재창당안 역시 기로에 놓였다. 녹색당의 득표율 역시 0.21%에 그치는 등 이번 선거에서 진보정치 전체의 파이 자체가 크게 축소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한 당직자는 “정의당· 진보당·녹색당의 득표율을 모두 합쳐도 3.5%가 안 된다”며 “‘진보통합론’을 포함한 재창당안에 대한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의 사퇴 뒤 비상대책위원회 구성해야 한다는 견해와, 사퇴가 해답이 아니라는 견해가 갈린다. 정의당 관계자는 “누군가는 책임져야 하는데 전격적인 사퇴 말고는 해답이 없다”며 “‘당을 무난하게 안정시켜서 내년 총선을 치르자’는 이정미 대표의 구상은 더는 유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반면 한 지도부 관계자는 “이정미 대표를 대체할 또 다른 리더십이 당내에 존재하는지 의문”이라며 “대표 사퇴가 ‘정의당이 진짜로 망했구나, 사분오열하는구나’하는 신호가 될 수도 있다. 좀 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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