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경기 화성시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콤바인으로 벼를 베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을 올해보다 16.6%나 줄인 탓에, 지난 1962년부터 매년 작성한 식량자급률 관련 통계 조사가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최종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무조정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및 소속 정부출연연구기관들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세계 160여개국이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권장 기준에 따라 작성하는 ‘식품수급표’ 조사가 내년도 관련 예산(약 3400만원) 전액 삭감 탓에 중단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식품수급표는 우리나라 1인당 식품공급량과 자급률, 공급 영양소 등을 계산한 지표로서 농림축산식품부가 발간하는 각종 통계자료의 기초가 된다. 160여개국이 이 통계를 산출하는 만큼 국제비교 등에 활용된다. 식품수급표를 발간하지 않는 나라는 식량 위기를 겪는 아프리카 지역 등 일부 국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 역시 2016년부터 노동자, 아동·청소년, 재난 등 매년 주제를 바꿔 진행해온 ‘국민의 건강수준 제고를 위한 건강형평성 모니터링’ 연구를 올해를 끝으로 중단하게 됐다. 애초 보사연은 내년 청년층의 주거환경과 빈곤이 건강에 끼치는 영향을 연구해 ‘2024년 청년 건강실태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연구에 필요한 5900만원의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사업 폐지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가 국가첨단전략산업법에 따라 관리하는 바이오 분야 연구도 예산 삭감 칼날을 피해가지 못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의 경우 내년도 신규 일반사업비가 모두 반영되지 않아 첨단 바이오산업 전환을 위한 ‘케이(K)-바이오 이니셔티브 전략’ 연구(3억원)가 무산될 위기다.
최종윤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말로는 알앤디가 중요하다면서도 200억원 넘는 예산을 깎아 국민 생활과 밀접한 연구까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면서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철저히 따져 묻고 관련 예산을 원상복구 시킬 것”이라 말했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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