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17일 국회에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면담을 마친 뒤 차량에 올라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윤리위)가 ‘물난리 골프’ 책임을 물어 홍준표 대구시장의 징계 여부를 논의하기로 한 가운데, 홍 시장이 받게 될 징계 수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내에선 과거 사례와 윤리강령에 비춰볼 때 중징계를 피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윤리위는 오는 20일 회의를 열어 홍 시장의 ‘물난리 골프’ 논란과 관련한 징계 절차 개시 여부 안건을 직권 상정해 다루기로 했다. 국민의힘 윤리강령 제22조는 ‘자연재해나 대형사건·사고’가 벌어졌을 때 당직자와 당 소속 공직자는 “골프 등 국민 정서에 반하는 행위를 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홍 시장은 전국적으로 폭우가 쏟아지던 지난 15일 골프장을 찾아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내에서는 홍 시장에 대한 중징계 가능성이 거론된다. 2006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시절, 당시 경기도당 위원장이던 홍문종 전 의원이 수해 지역에서 골프를 쳐 당 윤리위에서 제명 처분을 받은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9일 <시비에스>(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윤리위가) 홍문종 의원의 사례나 정치권에서 이런 수해 과정에 골프를 치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일들을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 시장의 ‘물난리 골프’ 자체도 논란이지만, 그가 과거 자신의 말을 뒤집는 것을 놓고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홍 시장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자신의 처신이 “부적절하지 않았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2006년 당시 이해찬 국무총리의 ‘3·1절 골프 회동’ 논란 때 그는 이 총리의 사퇴를 요구했다. 당시 이 총리는 3·1절이자, 철도파업 첫날 관련 부처 공무원들이 비상근무하는 가운데 골프를 친 것이 알려지면서 사퇴한 바 있다.
공무원 주말 근무에 대한 홍 시장의 ‘내로남불’식 주장도 도마에 올랐다. 홍 시장은 지난 7일 대구시 엠제트(MZ)세대 공무원 250여명과의 ‘소통공감 토크’ 행사에서 ‘주 4일제 근무 도입’에 대한 견해를 묻는 말에 “주말에 쉴 거 다 쉬는 공무원이 어딨나. 퇴직하고 그런 직장에 가라”고 면박을 줬다. 하지만 그는 지난 17일 국회에서 ‘물난리 골프’ 논란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말에 “주말에 공무원들이 자유스럽게 개인 활동하는 거다. 그걸 뭘 트집 잡아서 벌떼처럼 달려드는가”라고 답했다. 불과 열흘 전 본인의 발언을 뒤집은 것이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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