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를 찾아 참배하고 차에 타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박3일 일정으로 호남을 찾아 선친 묘소와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다. 지난 24일 귀국한 뒤 정치 행보에 시동을 거는 모양새지만, 이재명 대표와의 만남은 아직 성사되지 않고 있다.
30일 이 전 대표 쪽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이날 오후 광주를 방문한 뒤 주말 동안 호남에 머물 예정이다. 이 전 대표는 7월1일 전남 영광의 고향 선영을 참배하고, 다음날인 2일 아침에는 광주 5·18 민주묘역을 찾는다. 지난 28일 귀국 후 첫 대외 활동으로 국립현충원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한 데 이어, 민주당의 기반인 호남을 두루 도는 정치 행보를 시작한 것이다. 이낙연 전 대표 쪽은 문재인 전 대통령 쪽과 평산마을 사저 방문 일정도 협의하는 중이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석열) 대통령이 전임 정부를 향해 ‘반국가 세력’이라고 공언했다. 참으로 위태로운 폭력적 언동”이라고 비판하는 글을 올리는 등 ‘메시지 정치’도 이어갔다. 윤 대통령이 지난 28일 한국자유총연맹 69주년 행사에서 “반국가세력들은 북한 공산집단에 대해 유엔 안보리 제재를 풀어달라고 요청하고, 유엔사를 해체하는 종전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다”고 발언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이 전 대표는 “모든 언론이 전임 정부를 겨냥했다고 받아들일 만한 표현을 대통령의 공식발언으로 집어넣은 것은 대통령실의 위험한 인식이거나 무지하고 무감각한 무능”이라며 “대통령은 속히 국민 앞에 사죄하고, 보좌진을 문책해야 옳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의 잰걸음은 시작됐지만, 이재명 대표와의 회동 성사는 아직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24일 이낙연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만남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고, 친명계에서는 최근 이낙연 전 대표가 이 전 대표를 만나 ‘당내 통합’에 힘을 실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이낙연 전 대표와 가까운 윤영찬 의원은 이날 <에스비에스>(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여러가지 일정이 있어서, 그 일정이 이뤄지고 난 다음에 (이재명 대표와의) 일정이 잡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저는 우선은 두 분 사이에 신뢰가 복원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 의원은 지난 2021년 대선 경선 당시 패배한 이낙연 전 대표 쪽이 먼저 ‘상임선대위원장’을 맡겠다고 제안했지만 이재명 대표가 한차례 거절했던 일화를 공개하며, 양쪽에 앙금이 남아 있음을 시사했다.
윤 의원은 “세상의 모든 선거에 다 주역이 있는데 (대선 패배 이후) 주역의 책임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야기가 없고 조력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이상한 논리들이 만연하기 시작했다”며 이재명 대표 강성지지층의 이 전 대표 공격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이낙연 전 대표에 대한 악마화, 요즘에는 신천지 연루설이 급격히 퍼지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는 신뢰를 회복하기 쉽지 않다. 정말 민주당을 다시 쇄신해서 윤석열 정부를 내년 총선에서 심판하겠다는 마음이면 이낙연 대표가 안 도와줄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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