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당선된 뒤 인사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5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여당 대표로서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대통령실 코드 맞추기에 열중하면서, 야당의 잇단 악재에도 집권 여당이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 안팎에서는 내년 총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김 대표가 여권의 정책·노선에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는 등 하루빨리 당정관계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김 대표의 지난 100일을 압축하는 키워드는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다. 전당대회 과정에서부터 ‘윤심’을 앞세운 김 대표는 선거 때 내세운 ‘연포탕(연대·포용·탕평) 정치’와는 거리가 먼 ‘친윤 일색’ 지도부를 꾸리고 대통령실과 코드 맞추기에 공을 들여왔다. 노조·시민단체 옥죄기, 대미 편중 외교 편들기,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안전성 강조 등이 대표적이다.
‘보수 책사’로 통하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14일 <한국방송>(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김 대표 취임 100일을 두고 “지금 당 관리를 김 대표가 하는가. 대통령이 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 심복들이 당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대표는 그냥 (있고), 당 관리는 대통령이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 대표가 대통령실만 바라보고 정책 어젠다를 주도하지 못하면서 당내에서는 여당이 ‘대통령실 여의도 출장소’로 전락했다는 자조 섞인 평가도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한겨레>에 “김 대표는 대통령실 여의도 출장소장처럼 보인다. 용산 (대통령실) 눈치만 보고 당이 무기력한 상황에 빠졌다. 아무것도 안 하니, 사고조차 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원내지도부 한 의원은 “우리 당은 국민의 정서를 감안해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고, 정부가 오히려 협상할 수 있는 여지를 더 열어줘야 했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말은 해줘야 한다. 용산이랑 같은 목소리만 낼 거면 여당이 왜 존재하는가”라고 말했다.
5선 중진인 서병수 의원도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한민국에서 가장 무력한 집단도 국민의힘이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한가한 집단도 국민의힘이라고 한다. 명색이 집권 여당인데 무엇 하나 끌어낸 어젠다가 있었던가. 만들어낸 뉴스거리라고는 김재원과 태영호(설화 논란)만 있지 않았던가”라고 썼다.
당내 의원들도 김 대표가 주도한 정책으로는 ‘천원의 아침밥’밖에 특별히 기억나는 것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천원의 아침밥’은 대학생들이 학생 식당에서 1천원만 내면 아침을 먹을 수 있도록 정부가 대학에 일부 예산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일부 대학에서 시행하던 대학생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김 대표 취임 이후 ‘엠제트(MZ)세대 표심 잡기’로 모든 대학으로 확대하기로 정부와 여당은 뜻을 모은 바 있다.
전문가들은 임기 100일을 맞은 김 대표가 하루빨리 일방적 당정관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당의 자율성과 능력, 위상 등을 보여줘서 건강한 정당정치, 의회정치를 이끌어가야 하는 게 김 대표의 과제”라고 말했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실장은 “민주당의 잇단 악재에 민주당을 지지했던 이들이 국민의힘 지지층으로 옮겨가지 않고 무당층으로 흡수되고 있다”며 “(여당이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김 대표가 대통령에게서 ‘당을 믿고 맡겨달라’는 신뢰를 끌어내야 한다”고 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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