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가족구성권 3법(혼인평등법·비혼출산지원법·생활동반자법) 발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연합뉴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동성결혼 법제화를 포함한 ‘가족구성권 3법’을 31일 발의했다. 국회에서 ‘동성결혼 법제화’ 관련 법이 발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가족구성권 3법’에는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을 포함해 원내 5당 소속 의원들이 이름을 올렸다.
장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본관 앞에서 ‘동성혼 법제화·비혼출산 지원·생활동반자 제도화’를 뼈대로 하는 ‘가족구성권 3법 발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장 의원은 “가족의 위기를 말하지만, 정말 위기인 것은 현존하는 다양한 가족들을 제도적 지원으로부터 소외시키는 낡고 경직된 가족관념과 제도”라며 “가족구성권 3법은 국가가 제공하는 사회적 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다양한 가족들에게 진작 주어졌어야 할 법적 권리와 사회적 지원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았다”고 말했다.
장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가족구성권 3법은 크게 세 갈래다. 우선 동성혼을 법제화하는 ‘혼인평등법’(민법 개정안)은 민법상 ‘혼인의 성립’을 ‘이성 또는 동성의 당사자 쌍방의 신고’로 이뤄지는 것으로 규정했다. 또 ‘부부’와 ‘부모’를 정의하는 조항에 동성 부부와 부모도 포함했다. ‘비혼출산지원법’(모자모건법 개정안)은 보조생식술 시술 지원 대상을 ‘난임 부부’로 한정한 현행법을 고쳐 임신을 원하는 부부라면 혼인 여부와 상관없이 보조생식술 등 출산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생활동반자법(제정법)은 성인 2명이 생활동반자 관계로 등록할 경우 가족으로서 누릴 수 있는 법적인 권리와 사회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동성혼 법제화는 지역구 표심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보수적 기독교계가 극렬하게 반대하고 있어, 정치권에서는 공론화 조차 어려운 ‘민감한 주제’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이번에 발의된 ‘혼인평등법’에는 국민의힘 소속 김예지 의원을 포함해 이상민·강민정 의원 등 3명의 민주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강성희 진보당 의원 등 원내 5개 정당 소속 의원들이 참여했다. 장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법안이 발의되는 과정에 국회에 존재하는 모든 정당의 의원들이 고루 참여했다는 점은 많은 국민들께 큰 울림을 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강민정 민주당 의원은 “성소수자들도 당당하게 우리 사회의 시민적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저를 포함해 지금 고민하고 있을 민주당의 더 많은 의원들과 함께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성소수자·비혼출산 당사자들은 ‘이제 국회가 응답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 2월 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동성 배우자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해달라는 행정소송을 내 승소한 김용민(33)씨는 “동성혼 법제화로 나라가 무너지거나, 불행해지는 사람은 없다. 단지 행복해지는 사람이 늘어날 뿐”이라고 강조했다. 40대 성소수자 자녀를 둔 하늘 성소수자 부모모임 대표는 “혐오세력이 흔히 ‘남자 며느리, 여자 사위’라고 말한다. 남자 며느리고, 여자 사위면 어떠냐. 어서 이 가족구성권 3법이 통과돼 남자 며느리든 여자 사위든 그저 가족으로서 온전히 환대로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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