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당은 (당원들이 서로) 생각이 다른 게 당연하다. 똑같은 인자를 모으면 모래더미, 자갈더미지만, 모래·자갈·물 같은 이질적 요소를 잘 섞으면 시멘트가 생긴다”며 통합을 강조했다. “우리 수박(비이재명계 정치인을 겨냥한 멸칭), 수박하지 말자. 그게 여러분 주장의 정당성을 훼손한다”며 강성당원들에게 비명계 인사 공격 자제도 당부했다. 강성당원의 비명계 공격 수위가 높아지고, 이에 대응한 ‘팬덤 기반 정치 청산’ 요구도 갈수록 확산하는 가운데 나온 ‘이재명식 중재’다. 하지만 이 대표가 “외부 이간질에 놀아나지 말자”고 한 발언이 또다른 논란을 빚고 있다.
이 대표는 오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당원존’에서 진행된 유튜브 생방송에 출연해 “당은 다양성이 생명이지만, 선을 넘으면 ‘콩가루 집안’이 된다. 의견은 자유롭게 내되, 표현 방식이 폭력적·억압적이거나, 허위·왜곡이면 공동체를 해치니 이런 건 철저히 자중하자”고 말했다. 최근 한 경북도당 당원이 비명계인 전혜숙 의원에게 심한 욕설과 성희롱 등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 제명당하는 등 갈수록 비명계 인사들을 상대로 한 강성당원의 공격이 심해지는 상황을 감안한 발언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당내 인사들이 폭언·협박·모욕당해 조사를 해 보니, 한 케이스는 당원이 아니었다. 당원을 가장해 장난을 친 것이거나 이간질을 한 것 둘 중 하나로, (문자폭탄 등은) 우리 당과 관계 없는 개인적 행위”라는 말도 했다. 당 내부를 편 가르기하려는 외부 세력이 당원을 가장해 비명계를 공격한다는 뜻으로도 이해될 수 있는 발언이었다.
하지만 당 안에선 즉각 “팬덤 청산을 지속적이고 단호하게 해도 모자랄 판에, 당원이 아니니 이간질이라는 게 무슨 소리냐”는 반박이 제기됐다. 한 비명계 재선 의원은 “비명계를 공격하는 이들은 대부분 이 대표 지지자일 텐데, 당원이든 아니든 무슨 차이가 있느냐”며 “이 대표가 경고하고, 확실하게 중단 조치도 요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 당직자는 “이 대표가 ‘이간질’을 언급한 건 (문자폭탄을 공개하며 문제를 제기했으나, 발신인이 ‘비당원’으로 확인된 비명계) 이원욱 의원에게 선전포고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가 이날 생방송에서 “다시 국민의 기대를 모으기 위해 뭐든 변화된 모습을 보이자”며 “당원·국민들이 요즘 세상에 1인1표가 아니라 1인50표, 1인100표가 말이 되냐고 생각한다. 얼마 전 ‘돈봉투 사건’도 그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며 “국민이 민주당에 실망하고 마음도 못 주는 원인이 됐을 것 같다”고 한 대목도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대의원제 폐지와 당원권 강화라는 ‘혁신’의 방향을 제시한 것이지만, 비명계에선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크다. 강성당원들의 ‘공격력’이 갈수록 심해질 뿐더러, 대의원제가 영호남 지지기반 격차를 보완하는 구실도 하고 있어 이를 폐지하는 건 ‘전국정당’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반론이다.
실제로 최근 비공개 지도부 회의에서도 이런 의견 충돌이 있었다고 한다. 지난 22일 당 회의에서 친명계 한 최고위원이 “민주당 선거에선 당대표도 1표, 당원도 1표를 행사해야 한다. 대의원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고, 비명계인 박광온 원내대표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의원들도 많다”는 취지로 반박했다는 것이다. 이런 찬반 논란과 신경전 때문에 대의원제 폐지는 곧 꾸려질 혁신기구에서도 주요 과제로 논의되며 더 큰 논쟁을 부를 가능성이 크다. 현재 당 지도부는 조정식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혁신위원장으로 영입할 외부인사를 두루 접촉하고 있지만, 대부분 제안을 고사하고 있어 인선에 난항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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