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들이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4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이 비이재명계(비명계) 의원에게 악성 ‘문자폭탄’을 보낸 당원에게 최고 수위 징계인 제명 처분을 처음으로 내렸다고 23일 밝혔다.
김남국 의원 가상자산 투기 의혹 등 민주당의 위기 국면마다 비명계 의원·정치인들을 상대로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자들이 십자포화를 퍼부으면서, 당 안에서 “팬덤에 휘둘리는 정치를 청산하라”는 요구가 높아지는 가운데 나온 조처다. 하지만 이 대표는 24일 친명계 인사가 ‘스페셜 게스트’로 출연하는 당원 상대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예고하며 ‘당원 달래기’에 나섰다.
민주당 경북도당 윤리심판원은 지난 18일 당원 ㄱ씨의 당적을 박탈하고 강제출당하는 제명 처분을 내렸다. ‘허위 사실 유포로 당원을 모해하거나 허위사실 또는 기타 모욕적 언행으로 당원 간 화합을 해하는 경우’ 징계를 내릴 수 있게 한 민주당 당규에 따른 것으로, 최고 수위의 징계다.
ㄱ씨는 지난 2월 말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찬성표가 대거 발생한 뒤 강성 지지층이 거세게 반발하던 3월 무렵부터 비명계 의원들에게 악성 문자를 보냈다. 특히 ㄱ씨는 이낙연계로 분류되는 전혜숙 의원에게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낙연 전 대표 욕설을 보냈을 뿐만 아니라 전 의원 어머니를 상대로 한 욕설과 본인을 성희롱·모욕하는 문자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전 의원은 해당 문자를 조정식 사무총장에게 전달했고, 이후 중앙당 민원국과 민주당 경북도당 윤리심판원의 조사를 거쳐 제명됐다.
이 대표는 ㄱ씨 징계 뒤 전 의원에게 ‘당의 분열과 허위·거짓 선동, 욕설에는 앞으로도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폭력적이고 모욕적인 문자 테러에는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게 이재명 대표의 의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가시적인 조처와 달리, 친명계와 이 대표는 강성 지지층을 감싸며 ‘당원 권리 강화’ 쪽에 더 무게를 싣고 있다. 안민석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대의원제 폐지를 신호탄으로 과감한 민주당 혁신에 올인(다걸기)하자”고 썼다. 최근 친명계는 당내 선거에서 대의원의 1표가 권리당원 50~60표의 가치에 해당할 정도로 ‘표의 등가성’에 문제가 있다며 대의원제 폐지를 당 혁신의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전날 민형배 의원은 일부 원외지역위원장들과 대의원제 폐지 요구 기자회견을 열어 “(비명계를 상대로) 극단적 표현을 하는 분들이 민주당 당원인지 아닌지 확인도 되지 않았고, 있다 해도 당 흐름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이 아니”라며 강성 지지층을 감쌌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는 민 의원 등 친명계 인사들과 함께 24일 당원들을 상대로 한 유튜브 라이브 ‘당원존’에 출연한다고 페이스북에 알리며 “더불어민주당 비장의 카드는 바로 ‘당원’ 여러분!”이라고 썼다.
이 때문에 비명계 쪽에선 이번 징계가 팬덤에 휘둘리는 정치를 청산하는 계기가 아니라 일회성 ‘보여주기’에 그칠 것이라고 의심한다. 한 비명계 의원은 “마지못해 극렬 당원 한명을 제명한 뒤에, 이를 명분 삼아 대다수 강성 지지층의 영향력을 늘리는 이른바 ‘당원 민주주의’를 밀어붙이려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김종민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강성 지지층과 결별하지 못하면 당은) 그냥 가라앉아 늪에 빠지는 것”이라며 “생각이 좀 다르다고 집단적으로 공격하는데 국민들이 주권을 맡기겠나”라고 말했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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