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후 대구시청 산격청사를 찾아 홍준표 대구시장과 면담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홍준표 대구시장이 10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 “윤석열 정권 대통령실에 대부분 정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며 “민주당이 도와달라”고 손을 내밀었다. 이 대표는 “원칙과 상식이라는 게 잘 관철되면 좋은데 그게 잘 안돼서 문제”라며 “누구 잘못이냐를 따지는 건 큰 의미가 없을 것 같다”고 화답했다.
이 대표는 이날 대구 지역을 찾아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홍 시장을 만났다. 19·20대 대선주자였던 두 사람은 직설적인 발언으로 서로를 ‘직격’해온 앙숙 관계지만, 이날만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지역 현안 공조를 약속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이 대표는 홍 시장을 만나자마자 “제가 직접 얼굴뵌 게 참 오랜만인데 대구 물이 좋은지 얼굴이 좋아지신 것 같다”는 덕담으로 대화의 문을 열었다. 이어 “시장님께서 리더십을 타고나서 대구가 정말 새롭게 활기를 띈다는 소문이 널리 퍼져 있다”고 추어올리기도 했다. 이에 홍 시장도 “대구시청이 생기고 민주당 대표가 방문한 것은 이 대표가 처음”이라며 이 대표의 방문을 높이 평가했다.
두 사람은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는 현재의 정치 지형을 놓고 한목소리로 아쉬움을 드러냈다. 홍 시장은 이 대표에게 “대표님이 오셨으니 하는 말씀인데, 윤석열 정권이 대부분 정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대통령실에 있다”며 “민주당에서 좀 도와주셔야지 나라가 안정된다”고 말했다. 홍 시장은 이어 “민주당은 문제가 생기면 (의원들이) 즉각 탈당하는데 우리 당은 그리 안 하잖느냐”며 “애들(의원들)이 욕심만 가득차가지고 당이야 어찌 되든 말든 내가 살아야겠다 생각하니 당에 대한 헌신이 없는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홍 시장은 또한 “정치를 하더라도 정책 비판과 논쟁은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인격을 폄하 대상으로 삼으면 정상적 논평이 안된다”며 “디제이(DJ)나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여야가 상임위에서 싸우더라도 (상임위가) 끝나면 (의원들이) 여의도 포장마차로 가서 거기서 풀었다. 그런 풍토가 이제는 끊어졌다. 국회가 삭막하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표가 “국민의힘 당 원로이시니 당에 그런 말을 해주시면 좋겠다”고 하자, 홍 시장은 김기현 당대표를 겨냥해 “당대표가 좀 옹졸해서 말을 잘 안 듣는다. 당대표가 옹졸해서 좀 이야기를 하니까, 상임고문도 해촉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홍 시장은 간호법을 민주당이 단독 처리한 과정을 놓고서는 “민주당에서 대화와 타협으로 국회 풀어주면 참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표는 “이게 누구 잘못이냐 따지는 건 큰 의미가 없을 거 같다”며 “이해조정 과정에서 대체적인 국민 동의가 있었기 때문에 여야 정당이 (대선 과정에서) 모두 합의하고 약속했던 거라 그런 건 지켜줘야 한다”고 답했다.
두 사람은 영남과 호남을 잇는 ‘달빛(대구 지역 옛지명 달구벌과 빛고을 광주를 뜻하는 명칭) 내륙철도’ 사업에 대한 초당적 공조도 약속했다. 이 대표가 “달빛내륙철도 사업은 우리 당으로서도 주력했던 사업이라 저희가 반대할 일이 전혀 없고, 많이 지연되고 있어서 최대한 신속하게 착공되고 현실화되도록 애쓰겠다”고 하자, 홍 시장은 “그러면 대구에서도 내년 총선에 민주당 표가 아마 좀 많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이우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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