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머리발언을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의 재발방지책으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친이재명계 일각에서 ‘대의원제 폐지 혹은 축소’를 거론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전국정당화를 포기하는 것이라는 반론과 함께, 이재명 대표의 지지 기반인 강성 당원의 영향력을 늘리려 한다는 ‘의심’도 적지 않아 향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대의원제 개편을 포함한 당 혁신안은 당 전략기획위와 민주연구원, 정치혁신위 등이 의견 수렴 중이며, 결과물은 5월께 나올 예정이다. 이 가운데 대의원제 폐지가 ‘돈봉투 살포’의 재발방지책으로 거론되는 이유는,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에서 “대의원 1명의 표가 권리당원 50~60명 표만큼의 가치가 있다”(현행 투표 반영 비율 대의원 30%, 권리당원 40% 기준)는 말이 나올 정도로 ‘표의 등가성’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당대회 기준으로 1만6282명인 대의원은 국회의원, 지역위원장, 당직자, 지역 핵심당원 등으로 구성된다. 12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당비를 6개월 이상 납부한 권리당원의 1.3%가량에 불과하다.
그런데 송영길 전 대표가 선출된 2021년 전당대회 당시 투표 반영 비율은 ‘대의원 45%, 권리당원 40%’로 오히려 대의원의 비중이 권리당원보다 컸다. 검찰은 당시 전당대회에서 40여명에게 9400만원의 금품이 전달된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들 중 상당수가 대의원이다. 소수의 대의원만 관리하면 당내 경선에서 승리가 가능한 구조인 탓에, 금권선거의 유혹이 커진다는 게 대의원제 폐지론자들의 주장이다.
대의원제가 ‘줄 세우기’의 폐해를 낳는다는 지적도 있다. 대의원은 보통 현역 의원이나 지역위원장들이 당에서 오래 활동한 핵심당원들을 임의로 임명하기 때문이다. 한 친명계 의원은 “대의원은 ‘선출’이 아니라 ‘선발’된 자리면서도 당의 주요한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중앙위원-지역위원장-대의원’으로 연결되는 줄 세우기의 가장 말단에 대의원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돈봉투 살포의 책임을 대의원제에 돌리는 것은 뜬금없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원내대표 후보인 박광온 의원은 2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 권리당원들은 수도권·충청·호남에 집중되어 있어, 권리당원만으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게 되면 영남은 완전히 소외된다”며 “이를 보완하는 방안이 대의원제다. (폐지는) 민주당의 전국정당화를 포기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외 인사들 모임은 ‘더새로포럼’은 “대의원을 신청하는 당원 중에서 지역, 연령, 성별 등으로 나눠 추첨하자”며 ‘대의원 추첨제’를 제안하기도 했다.
대의원제 폐지가 이재명 대표 지지 성향인 강성 당원의 입김을 키우려는 시도라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한 비명계 의원은 “친명계 의원들은 지난해 8월 전당대회 직전에도 강성 권리당원을 앞세워 대의원제 폐지를 주장했다”며 “당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는데도 자기 잇속부터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당 정치혁신위가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50%로 늘리고, 대의원 비율은 20%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도 비명계의 이런 ‘추론’의 근거다.
정당법상 대의원제 폐지가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정당법 제29조는 “정당은 민주적인 내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당원의 총의를 반영할 수 있는 대의기관을 가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법적으로 폐지는 힘들기 때문에, 국민의힘처럼 대의원제는 존치하되 전당대회에서 당원들의 비중을 크게 늘리는 등 대의원들에게 특별한 권한을 주지 않는 방식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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