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오른쪽)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13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를 둘러싼 당내 논란과 관련해 당 지도부를 여러차례 공개 비판한 홍준표 대구시장을 당 상임고문에서 해촉했다. 당이 일종의 명예직인 상임고문 해촉 조처를 한 것은 이례적이다. 홍 시장은 즉각 불쾌감을 표출했다. 당 안팎의 반발도 나와 수습은커녕 내홍이 더 깊어지는 모양새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당 지도부를 두고 당 안팎 일부 인사들의 과도한 설전이 도를 넘고 있다. 특정 목회자가 국민의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당 지도부는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게 말이나 될 법한 일이냐”며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비공개로 전환된 최고위에서 홍 시장을 당 상임고문직에서 해촉하기로 결정했다. 김 대표는 홍 시장 해촉 이유가 “현직 정치인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은 상임고문에 위촉하지 않는 게 관례”라고 설명했다.
홍 시장은 곧장 반발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제 당사자(김재원 최고위원) 징계는 안 하고 나를 징계하나”라며 “입당 30여년 만에 상임고문 면직은 처음 들어본다. 어이없는 당이 되어가고 있다”고 썼다. 홍 시장은 최근 ‘전광훈 목사 우파 천하통일’ 발언 등으로 논란을 빚은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미온적으로 대응한다며 김 대표를 강하게 비판해왔다. 지난 3일에는 페이스북에 “또다시 총선을 앞두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가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냐”고 썼다가 삭제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2008년 홍 시장이 한나라당 원내대표 시절 당 정책조정위원장을 맡았고, 홍 시장은 지난 전당대회 때 김 대표를 물밑 지원하는 등 그동안 두 사람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최근 홍 시장이 김 대표에게 연이어 쓴소리를 하면서 사이가 틀어졌다는 게 당 안팎의 중론이다.
당 안팎에선, ‘극우 논란’을 촉발한 김 최고위원은 놔두고 홍 시장만 해촉이라는 방식으로 ‘징계’한 김 대표에게 비판이 이어졌다. 당 윤리위에서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은 이준석 전 대표는 “정당에서 구성원이 조금이라도 다른 의견이 있으면 윤리위로 몽둥이찜질하는 것을 넘어, 이제 상임고문 면직까지 나온다”고 썼다. 천하람 국민의힘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김 대표의 연포탕은 연대포기탕이냐”며 “위기 상황에서도 쓴소리하는 사람은 다 쳐내고, 아부하는 사람들과만 연대하겠다는 건가”라고 주장했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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