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친이재명계 일색’이라고 비판받던 주요 당직을 비이재명계로 개편했다. 내년 총선 공천 실무를 맡을 사무총장을 제외하고 임명직 대부분을 교체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거취를 둘러싼 당 내홍을 잠재우려 꺼낸 ‘쇄신’ 카드이지만, 당직 개편이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라는 당내 비판이 여전하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27일 “통합, 탕평, 안정을 고려했다”며 당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임선숙 최고위원이 사의를 표명한 호남 몫 지명직 최고위원에는 비명계 재선 송갑석 의원(광주 서구갑)이 지명됐다. 원내대표와 함께 ‘당 3역’으로 꼽히는 정책위의장에는 3선의 김민석 의원, 정책위 수석부의장에는 재선의 김성주 의원이 임명됐다. 전략기획위원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 정무수석을 지낸 친문계 재선의 한병도 의원, 디지털전략사무부총장은 친문계 박상혁 의원(초선)이 기용됐다. 대변인단에서도 안호영 수석대변인과 김의겸·임오경 대변인이 물러나고 박성준·한민수 대변인만 유임됐다. 수석대변인에는 문재인 정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지낸 재선의 권칠승 의원, 대변인에는 강선우 의원(초선)이 새로 투입됐다. 친문계나 비명계, 호남 출신 등으로 친명계 색채를 덜어낸 것이다.
그러나 ‘인적 쇄신 1순위’로 거론돼온 친명계 조정식 사무총장은 내년 총선을 이유로 유임됐다. 박성준 대변인은 “5선으로 안정을 추구하며 당내 화합을 이룰 적임자라는 평가가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명계의 한 의원은 “음식 맛이 없어 손님들이 떨어져 나가는데 주방장을 교체해야지, 종업원 한두명 교체한다고 되냐”고 말했다. 김민석 정책위의장 또한 ‘검찰이 이 대표 체포동의안을 다시 청구하면 표결 보이콧에 나서자’고 제안해왔다는 점에서, 비명계에서는 “‘방탄 정당’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 인선”이라는 평이 나왔다.
비명계인 이상민 의원은 “지금 민주당이 맞닥뜨린 위기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서 비롯된 만큼 이 대표의 거취가 핵심인데 정작 이 문제는 빠졌고, 새로 바꾼 인물들도 이 대표에게 쓴소리할 만한 사람들이 아니다”라며 “비명계 달래기 정도에 불과한 당직 개편”이라고 말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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