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강성 당원들이 주도하는 ‘팬덤정치 딜레마’에 갇혔다. 체포동의안 가결 위기에 이어 측근 죽음까지 악재가 이어지며 ‘이재명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지만, 강성 지지층이 ‘이재명 지키기’에 나서면서 내홍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 취임 뒤 민주당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당원 민주주의’가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 강경파를 대표하는 정청래 최고위원은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당대표를 흔들 때 온라인 입당 러시가 있었다. 10만의 권리당원이 입당함으로써 흔들리는, 흔들려고 했던 문재인 대표를 지켜줬던 사례를 보시면 알듯이 지금 필요한 것은 입당”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당 안의 차이가 국민의힘과의 차이보다 크겠느냐’는 이재명 대표의 말씀은 진심이다. 우리 당원과 지지자들께서는 욕설 문자 대신 장미꽃을 보내달라”고 했다. ‘민주당 당원이 돼 이재명 대표를 지켜달라’고 호소하면서, 한편으로는 비이재명계 공격으로 갈등을 부채질하고 있는 강성 당원들에게 자제를 요청해야 하는 민주당의 현실이 반영된 메시지인 셈이다.
지난달 27일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내부 이탈표가 발생하자 강성 당원들의 분노는 갖가지 형태로 표출되고 있다. 169명 민주당 의원들에게 체포동의안 가·부 표결 인증을 요구하는 등 ‘반란표 색출’ 작업에 이어,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선 수박 조각 모양 풍선을 터뜨리는 집회가 열렸다. 수박은 겉과 속이 다른 민주당 정치인을 이르는 말로, 민주당 강성 당원들이 비명계 의원들을 멸칭할 때 쓰는 말이다. 지난해 8월 도입된 ‘당원 청원 시스템’에는 이 대표에게 불체포 특권 포기를 촉구한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 징계와 지난 대선 경선에서 이 대표와 경쟁했던 이낙연 전 대표 영구제명 청원이 올라왔다. 13일 기준 동의자가 7만명을 넘기면서 ‘5만명 동의 요건’을 충족했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아직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회의 뒤 “한달 안에 답변하게 돼 있어서 시간이 좀 있는 것 같다”고만 했다.
‘당원이 중심 되는 정당을 만들겠다’며 출범한 민주당 정치혁신위원회는 공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당무감사에 권리당원 여론조사를 반영하는 방안을 논의하다가 홍역을 치렀다. 민주당 지도부는 ‘현재의 시스템 공천이 유지된다’고 선을 그은 뒤, 지난 10일 비명계가 다수 포함된 ‘총선 공천제도 태스크포스’를 꾸려 수습에 나섰다. 민주당 관계자는 “국회에 또다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넘어올 수 있다. 수사 국면에서 비명계가 밉다고 당 지도부가 척질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 친명계 의원은 “당원들의 견고한 지지가 이재명 대표의 가장 큰 버팀목이지만, 동시에 확장성을 저해하는 요소도 되고 있다”며 “명단 색출, 수박 깨기 집회를 본 중도층이 무슨 생각을 할지 걱정이 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