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김기현 신임 당대표(왼쪽)의 당선이 확정된 뒤 안철수 의원이 박수를 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서 고배를 마신 안철수 의원이 9일 “당의 화합을 위해 헌신하겠다”며 “저도 꺾이지 않고 더 단단해지겠다”고 밝혔다. 당대표 선거 막판 ‘대통령실의 전당대회 개입’ 의혹까지 제기하며 윤석열 대통령과 대립각까지 세웠지만, 새 지도부에 협조할 뜻을 밝히며 ‘미래 도모’에 나선 것이다.
반면 3, 4위를 기록한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과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는 각각 ‘권력에 기생해서 한 시절 감투를 얻은 누군가’라는 표현으로 김기현 신임 대표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경선 투표 조작’ 의혹을 제기하는 등 견제구를 내려놓지 않았다.
안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치열했던 경쟁을 뒤로 하고 이제 원팀이 돼야 한다”며 “김기현 당대표 지도부에 아낌없는 응원을 보낸다. 저 역시 당의 화합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전당대회에서 김 대표(52.93%)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저조한 성적(23.37%)으로 패배한 뒤 결과에 승복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다만 안 의원 쪽은 대통령실의 전대 개입 의혹과 관련한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고발건은 취하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김도식 안철수 경선캠프 총괄본부장은 <한겨레>에 “(대통령실의 전대 개입 의혹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문제”라며 “당장은 그럴(고발을 취하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이날 천하람 위원장은 “누군가는 권력에 기생해 한 시절 감투를 얻으면 그만이겠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기를 선택했다”며 “부끄럽지 않기 위해 비겁하지 않았고, 비겁하지 않았기에 국민을 닮을 수 있었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윤 대통령과 당내 윤핵관들의 전폭적 지지 속 당선된 김 대표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자신의 지지자들을 향해 “계속 지치지 말고 함께 가기를 청한다”며 “국민께 아낌없이 사랑받는 보수정당의 꿈 반드시 이루겠다”고 밝혔다.
황교안 전 대표는 경선이 끝난 당일(8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국민의힘 경선 투표조작 빼박 증거’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려 이번 전당대회에서 당원투표가 조작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4∼7일 진행된 전당대회 투표 참관 결과, 5초마다 40명, 50명 등 10배수로 딱딱 끊어져 투표자 수가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점을 들어, 이는 “로또 확률보다 낮은 확률”이라며 조작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황 전 대표는 9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통상 있기 힘든 케이스라고 보고받았다”며 “일단 자체적으로 조사를 한번 해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김해정 기자
se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