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머리발언을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에 맞서 ‘김건희 여사 특검’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추진을 본격화한 가운데, 2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여 투쟁의 방식을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이 장관 탄핵의 정치적 실효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신중론과 함께, 지도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한 주말 집회 계획을 놓고 의원들의 불만이 쏟아진 것이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이태원 참사의 총괄 책임자인 이 장관의 정치도의적, 법적, 행정적 책임을 묻는 일은 그 어떤 정치적 손해가 있더라도 반드시 매듭지어야 할 일”이라며 이 장관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원내지도부는 이날 의총에서 이 장관 탄핵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구체적인 추진 방식을 논의할 계획이었지만 의원들의 반발에 부딪히면서, 결정을 유보했다.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의총 뒤 브리핑에서 “김건희 특검 관련과 이 장관 탄핵 관련해서 의원들이 지도부에 (추진 여부 판단을) 일임했다”면서도 “다만 방식이나 과정, 이런 부분들에 대해 의원들이 의견 수렴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좀 더 의견 수렴해서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날 2시간 넘게 이어진 의총에선 17명의 의원이 잇따라 발언하며 지도부의 일방적인 의사 결정에 대해 불만을 표했다. 김건희 특검의 필요성에는 의원들 대다수가 공감했지만, 이 장관 탄핵의 경우 당위를 넘어 탄핵소추위원인 김도읍 법제사법위원장(국민의힘)과 헌법재판소 결정이라는 두개의 관문을 넘어야 하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 재선 의원은 <한겨레>에 “법리적으로도 절차상으로도 탄핵 인용 사유에 해당하는지, 헌재가 어떻게 볼 건지에 대해서 면밀하게 판단해야 되는데 의원들의 우려가 많다. 당 안팎의 전문가들이 면밀하게 검토한 뒤 의총에 올려달라고 지도부에 당부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선 의원도 “이 장관 탄핵엔 동의하지만 과연 가능하겠나. 만약 헌재에서 제대로 인용이 되지 않는다면 (이 장관에게) 날개를 달아준 것처럼, 무죄인 것처럼 되는 게 아니겠냐”며 우려를 표했다고 한다.
오는 4일 서울 숭례문 인근에서 ‘국민보고대회’를 개최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지도부는 지난달 29일 최고위원회를 열어 이런 방침을 결정한 뒤 의원과 지역위원장들에게 지역별로 참석자를 할당해 ‘동원령’을 내렸다.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 열리는 야당 주도 장외집회를 갑작스럽게 ‘일방통보’한 데 불만이 터져나온 것이다.
의원들은 “(지역구) 단톡방에 공지했는데, 오겠다고 손드는 사람이 하나도 없더라”며 분위기를 전했다. 장외투쟁 방식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한 다선 의원은 이날 의총에서 “강성 지지층에 의존해선 안 된다. ‘조국의 강’을 못 건너서 선거에 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고 한다.
이날 의총에서 벌어진 논쟁은 대여 투쟁의 구체적 전술을 놓고 벌어진 것이지만, 근본적으론 총선을 앞두고 이재명 지도부가 투쟁 일변도로 나아가는 데 대한 우려가 분출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한 재선 의원은 “이재명도 살고 당도 살려면 총선을 이겨야 하는 게 아닌가. 앞으로 우리 당의 결정과 행동은 차기 총선을 이길 수 있느냐에 집중해야 하는데 강경 투쟁한다고 이길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재선 의원도 “총선을 향해 어떻게 갈 거냐, 국민과의 접점을 어떻게 만들 거냐와 같은 근본적인 고민이 드러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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