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장표 전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 지난 7월21일 부산 남구 부경대 인문사회과학관 8층 사무실에서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직을 내려놓은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국무총리 산하 국무조정실이 7년 만에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대한 감사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조정실은 ‘통상적 정기감사’라고 했지만,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수석이자 ‘소득주도성장’ 설계자인 홍장표 전 케이디아이 원장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국무조정실은 “올해 초 확정한 연간 감사계획에 따라”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9일까지 케이디아이의 예산·인사·조직 등 기관운영 전반에 대한 종합감사를 진행했다고 21일 밝혔다. 국무조정실은 27개의 산하 연구기관에 대한 감사 권한을 지니고 있으며 해마다 4~5개 기관을 선정해 감사를 한다. 올해는 케이디아이, 케이디아이대학원, 한국조세재정연구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 4개 기관이 대상에 포함됐다. 케이디아이가 감사를 받은 것은 2015년이 마지막이다. 이번 감사는 최근 3년 동안의 기관운영을 살펴보는 차원이라는 것이 국무조정실 쪽 설명이다.
하지만 이번 감사는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 시절 소득·집값·고용 등 ‘통계 조작 의혹’ 감사에 착수한 시점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홍 전 원장에 대한 조사에 초점을 맞춘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낳는다. 전임 정부 시절 통계청장들을 불러 조사한 감사원은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이었던 홍 전 원장 조사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홍 전 원장은 2021년 5월 케이디아이 원장(임기 3년)에 취임했지만, 지난 7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시 한덕수 국무총리는 “소득주도성장 설계자가 케이디아이 원장으로 앉아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직접 사퇴를 압박했다. 홍 전 원장은 당시 <한겨레> 인터뷰에서 “총리가 더는 케이디아이 원장 이야기는 듣지 않겠다고 했다. 연구하더라도 전달할 통로가 사라지는 것이니 계속 있기 힘들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이번 감사가 홍 전 원장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물음에 “(홍 전 원장과) 전혀 관계가 없다. (감사원과 국무조정실 간) 중복 감사는 안 하게 돼 있다. 저희 건과 관련 없다”고 말했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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