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구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과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관한 국정감사에서 감사 준비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해구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등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기관장들에 대한 여권의 ‘찍어내기’ 압박을 두고 여야가 공방을 벌였다. 감사원이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등에 정 이사장을 비롯한 7천여명의 5년치 철도 이용내역을 무더기로 요구해 ‘민간인 사찰에 가깝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이날 정무위에 제출한 입장문에서 ‘감사원이 민간인 신분을 알고 탑승정보까지 수집했다면 위법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정해구 이사장은 이날 국감장에서 “최근 한덕수 국무총리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는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알고 있었냐”는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신문 보도를 보고 알았다”며 “총리께서 기자들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말한 걸 봤고, 최근 우리 연구회와 기관 23곳이 감사원의 감사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임기는 국민과의 약속이므로 소임을 다해야 한다”는 황 의원의 당부에 “책임과 역할을 다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 총리는 지난 6월 기자간담회에서 ‘정해구 이사장이나 홍장표 케이디아이 원장의 거취는 어떻게 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바뀌어야지. 우리하고 너무 안 맞다”고 답했다. 지난해 취임한 정 이사장의 임기(3년)는 2024년 3월까지다.
야당 의원들은 감사원이 코레일과 에스알(SR)에서 공직자 수천명의 이용 내역을 제출받은 사실을 두고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장에게 적법성 여부를 집중적으로 따져물었다. 특히 이 자료에는 정무직인 기관장들이 민간인 신분일 때의 자료도 포함돼 논란을 빚었다. 정해구 이사장도 이날 “디지털 전환 때문에 개인정보가 상당히 중요한 시대인데, 민간인 시절을 포함한 5년 동안의 자료가 제출된 것을 알고 당황했다”고 말했다.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고학수 위원장에게 “위원장이 봤을 땐 감사원이 무리하게 법을 악용해 직권남용했다는 생각이 안 드냐”고 물었다. 고 위원장이 거듭 “적법한 건지 여부는 그 자체만으로 판단할 수 있는 건 아니고 개별사안마다 고려 요소가 있다”고 즉답을 피하자 강 의원은 “국감을 받는 자세라면 현안 사안에 철저히 대비하고 의원들 질의에 충실히 답변해야 하는데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고 이것도 모르고 저것도 모르고 이도저도 아닌 답변으로 많은 의원들 목소리 높이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한규 민주당 의원도 “감사원 사무규칙을 보면 제3자에 자료 제공을 요청할 수 있지만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주민등록번호는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해 수집하고 활용할 수 있는데 원칙에 위배되는 게 아니냐”며 무리한 정보 수집이라고 지적했다.
야당 의원들의 비판이 쏟아지자, 개인정보위는 오후 국감 때 “감사 목적과 대상과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민간인 신분임을 알고도 그 당시 탑승정보까지 수집했다면, 개인정보보호법 상 개인정보 최소수집 원칙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는 입장문을 밝혔다. 다만 “개별·구체적 사실관계를 명확히 알지 못하는 입장에서 일률적으로 판단하기 곤란하다”고 전제를 내걸었다. 고학수 위원장은 “개인정보위가 조사할 사안인지 아닌지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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