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국회의장이 지난 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 건의안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이 29일 열릴 본회의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를 예고하며 국회에 전운이 감도는 가운데, 의사봉을 쥔 김진표 국회의장의 선택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여야간 의사일정이 협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해임건의안을 상정해선 안된다”며 김 의장을 압박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는 28일 국회의장실을 찾아 “헌법상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불신임 결의권이 남용되고 제대로 효과 발휘하지 못하면 오히려 국회가 희화화될 수 있다”며 김 의장에게 본회의에 박 장관 해임건의안을 상정하지 말아달라고 촉구했다. 주 원내대표는 김 의장과의 면담 뒤 기자들을 만나 “의장님이 민주당과 협의를 위해 최대한 노력해달라고 권고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김 의장에게 상정 거부를 압박한 건, 일단 해임건의안이 상정되면 민주당 단독으로도 통과(재적의원 과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해임건의안은 본회의 보고 뒤 72시간 안에 표결에 붙여야 한다’는 국회법 제112조를 강조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의사일정과 관련해 교섭단체와의 협의를 강조한 국회법 제76조를 앞세우고 있다. 다만 헌법재판소 판례를 보면, “국회법상 ‘협의’의 개념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고 그에 대한 판단과 결정은 종국적으로 국회의장에게 맡겨져 있다”고 판시돼 있다.
문제는 정치적 부담이다. 2016년, 정세균 당시 국회의장이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표결에 부쳐 본회의에서 통과되자,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은 정 전 의장을 “독재자”라고 규탄하며 사퇴 촉구와 함께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서도 ‘법 취지로 보면 표결에 붙이는 게 맞지만 (김 의장의) 신중한 성격상 여야 대립의 중심에 중심에 서는 게 부담스러울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김 의장 쪽은 이날 <한겨레>에 “의장님은 여야의 협의를 기다리며 숙고중”이라고 전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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