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당 지도부가 지난 8일 오전 서울 용산역에서 시민들에게 추석 귀향 인사를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정청래 최고위원, 박홍근 원내대표, 이 대표, 고민정 최고위원, 서영교 최고위원. 공동취재사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압도적인 전당대회 승리 뒤 ‘친명(친이재명) 독주 체제’가 날로 견고해지고 있다. 최고위원을 비롯한 주요 당직을 친이재명계 의원들이 꿰찬 가운데, 전당대회 과정에서 날카롭게 분출되던 비이재명계 의원들의 목소리도 잦아들었다. 검찰의 이 대표 기소를 기점으로 ‘결사 항전을 위한 단일대오’가 형성되면서 ‘친명 주류 재편’에 속도가 붙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민주당 최고위원 7명 중 6명(정청래·서영교·박찬대·장경태·서은숙·임선숙)은 ‘친명계’나 ‘신명계(신이재명계)’ 분류된다. 유일한 친문(친문재인) 최고위원인 고민정 의원도 이 대표와 공개적으로 각을 세우지 않고 있다. 이 대표의 핵심 측근 그룹인 ‘7인회’ 소속 의원 중 4명(김병욱·문진석·임종성·김남국)이 주요 당직을 꿰찼고, 대선 시절부터 이 대표를 지원해온 이해찬계 의원들도 사무총장(조정식) 등 주요 보직에 중용됐다. 한 비명계 초선 의원은 “성남시장·경기도지사 시절부터 당 안팎의 공격에 시달려온 이재명 의원의 ‘방어본능’이 반영된 인사”라며 “‘통합’을 강조했던 것에 비하면 품 넓은 인사는 아니다”라고 했다.
탕평·통합과 거리가 먼 인선이지만 당내 불만은 표출되지 않고 있다. 이 대표의 전당대회 압승과 2024년 총선 공천을 앞둔 ‘현실적 계산’이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재선의원은 “전당대회로 당원과 국민의 절대다수가 ‘이재명의 민주당’을 압도적으로 승인한 마당에 이견을 낸다는 게 쉽지 않다”며 “노골적으로 줄을 서지는 않더라도 굳이 앞에 나서 찍힐 필요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9월1일 정기국회 개회 직후 이재명 대표에게 검찰 출석을 통보하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8일 기소한 것 또한 당내 ‘단일대오’를 일군 외부적 요인이다. 특히 지난 5일 의원총회는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거듭나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꼽힌다. 이날 의총에서는 친명계 의원들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이었던 한병도 의원이 ‘김건희 여사 특검법’ 추진을 강하게 주장했다. 의총에 불참한 비명계 조응천 의원이 “(이 대표의 검찰) 출석 여부를 의총이 열려 논의하는 것 자체가 불편했다. 앞으로 소환 요구가 올 때마다 의총을 열 것인가”라고 한 것이 민주당에서 거의 유일하게 나온 ‘다른 목소리’다.
‘친문-친명 이행기’의 모습은 당내 인선에서도 감지된다. 문재인 청와대 대변인이었던 김의겸 의원은 새로운 민주당 대변인단에 합류하며 ‘이재명의 입’으로 거듭났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를 여전히 탐탁지 않게 여기는 친문 의원들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사석에서는 ‘이재명과 그렇게 나쁜 사이는 아니다’라고 말하는 의원들도 존재한다”고 전했다.
‘주류 교체’가 급속도로 진행됐지만 안착되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당장 윤석열 정부의 각종 실정에 맞서 ‘한배’를 탔지만, 앞으로 이 대표를 둘러싼 사법리스크가 반복돼 국민 여론이 악화할 경우 갈등이 재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비명계 의원은 “현재의 친명계는 각자의 이해득실에 따른 임시적 연합에 가깝고, 반복되는 사법리스크는 방어하기 부담스러운 주제다. 지금의 주류 교체 외양은 아주 불안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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